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를 금융 정책·감독의 최우선 과제로 올리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각종 제도 정비가 이어지면서 소액분쟁 사건에 대한 '편면적 구속력' 제도화와 페어펀드 도입을 위한 후속 절차 등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 정책평가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 예고 기간을 마쳤다.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을 거쳐 이달 중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평가위에서는 금융소비자·서민금융 단체 종사자 등이 위원으로 참여해 금융정책 및 감독에 금융소비자 입장을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금융감독원도 소비자 보호 업무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다. 내년 예정된 조직개편에 소비자보호총괄본부 신설을 예고한 것은 물론 지난 9일에는 금융소비자서비스헌장을 개정하며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에 올렸다. 무엇보다 민원 처리 및 분쟁조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강조하며 신속한 피해구제 시스템 도입을 예고했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2000만원 이하 소액분쟁사건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는 방안부터 분쟁조정위원회에 금융사 참여를 제한하고, 소비자·서민금융 전문사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방안의 법안이 다수 발의돼 정무위원회에 상정됐다. 편면적 구속력은 분쟁조정 결정시 소비자가 조정안을 수용하면 금융회사가 거부하지 못하는 제도다. 금융권 협·단체들이 일제히 반대 의견을 내고 있지만 국회 통과는 시간 문제라는 분위기다.
실제 당정도 소액 금융분쟁사건에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는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분위기다. 특히 전체 금융업권의 소액 금융분쟁 사건 가운데 2000만원 이하 분쟁이 차지하는 건수는 66.8%에 이른다. 분쟁건수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건에 금융회사의 방어권 행사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분조위 구성도 금융권 우려를 키운다. 금감원의 분조위 조정안은 통상 법원의 최종 판결보다 금융권에 불리하게 도출된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판매 당시에도 금감원 분조위는 80% 배상해야 한다했지만, 법원에서는 60%만을 인정했다.
페어펀드 도입도 걱정거리다. 페어펀드는 불공정거래에 부과된 과징금 등을 재원으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직접 분배하는 기금을 의미한다. 현재 국회에서도 공정배상기금, 금융투자피해보상공사 등 다양한 형태로 기금을 신규 설립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다만 페어펀드의 벤치마킹 대상인 미국과는 달리 한국의 경우 과징금만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증권사 등 금융권의 출연을 통해 기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ㅇ낳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취지에 공감하나 금융회사의 방어권 및 사법적 권리침해가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보완장치 마련 및 기준금액의 업권별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