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불 사용, 40만년전 시작됐다”… 종전보다 35만년 앞당겨져

네안데르탈인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의 상상도. 사진=영국 대영박물관
네안데르탈인들이 불을 피우는 모습의 상상도. 사진=영국 대영박물관

인류가 스스로 불을 피워 활용하기 시작한 시점이 약 40만년 전에 시작됐다는 새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점화' 기록인 약 5만년 전보다 무려 35만년이나 앞서는 결과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영국박물관 고고학자 롭 데이비스 박사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영국 동부 서퍽 지역의 구석기 유적지 바넘에서 약 40만년 전 초기 인간이 직접 불을 일으켜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증거들을 발견했다.

그동안 인류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을 100만년 전부터 이용했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인위적으로 불을 붙인' 기록이 확실히 확인된 가장 오래된 사례는 북프랑스 유적(약 5만년 전)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팀은 불에 의해 검게 변한 지층, 열 충격으로 깨진 석기(손도끼), 부싯돌과 마찰 시 불꽃을 낼 수 있는 황철석 조각 등을 확인했다.

영국 동부 서퍽의 구석기 시대 유적지 바넘에서 발견된 손도끼와 황철석 조각. 사진=네이처
영국 동부 서퍽의 구석기 시대 유적지 바넘에서 발견된 손도끼와 황철석 조각. 사진=네이처

이후 4년에 걸친 지구화학 분석 결과, 해당 장소에서 섭씨 700도 이상에서 여러 차례 불이 피워진 흔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자연 발화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여러 번 피워 사용한 화덕 또는 모닥불의 잔재로 해석했다.

특히 황철석은 바넘 지역에서 자연적으로 산출되지 않는 광물이다. 연구진은 이 광물이 발견된 사실을 근거로 당시 사람들이 불을 만들기 위한 재료임을 알고 외부에서 들여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통 이런 '의도적 화재'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만, 바넘에서는 불탄 퇴적물이 고대 연못의 침전층 아래 묻혀 보존된 덕분에 오늘날까지 남아 연구가 가능했다고 한다.

데이비스 박사는 “이번 발견이 갖는 의미는 엄청나다”며 “불을 만들고 다루는 능력은 인류 발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도약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