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반도체·디스플레이 '맑음', 유화·철강·기계는 '흐림'”

2026년 한국 산업계는 인공지능(AI) 특수를 누리는 첨단 기술 업종과 중국발 공급 과잉 및 보호무역주의에 직면한 전통 제조업 간 실적 양극화가 뚜렷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1개 주요 업종별 협회와 공동으로 실시한 '2026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 결과,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바이오·자동차·조선·섬유패션은 긍정적 업황이 예상된 반면 석유화학·철강·기계·건설은 부진이 예상됐다.

대한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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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힘입어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상의는 내년 반도체 수출액이 1800억달러(약 265조원)를 기록해 올해 1650억달러 대비 9.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등 주요 기업이 2026년에만 10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예고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D램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설명이다.

디스플레이 수출도 AI 전자기기 사양 상향 평준화와 자동차용 패널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해보다 3.9% 늘어난 176억70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2.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증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2025년 기준 77%에 달하는 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주요 위협 요인으로 지적됐다.

조선업은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와 미국 LNG 수출 확대에 따른 운반선 발주 증가로 내년 수출이 8.6% 늘어난 339억2000만달러(약 50조원)를 기록할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 역시 국내 전기차 신공장 가동 효과로 생산(1.2%)과 수출(1.1%) 모두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기초 소재 및 장치 산업은 대내외 악재로 역성장이 예고됐다.

석유화학은 중국의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저유가 영향으로 수출이 6.1% 감소할 전망이다. 철강 산업 역시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와 미국·EU의 수입 규제 강화가 겹치며 수출이 2.1%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계 산업은 미국의 관세 정책 리스크가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과 조치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수출이 3.7%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건설기계와 변압기 등이 철강 파생제품으로 분류돼 50%의 고율 관세를 적용받는 점이 악재로 꼽혔다.

건설 산업은 고금리 지속과 PF 대출 심사 강화로 인한 사업성 악화로 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상승으로 국내 전 업종이 긴장하고 있다”며 “AI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공격적인 실험과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한상의·업종별협회가 꼽은 2026년 주요산업의 긍·부정 요인표.
대한상의·업종별협회가 꼽은 2026년 주요산업의 긍·부정 요인표.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