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예산 절벽에 업계·학계 진단 “구조부터 다시 짜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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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교통체계(ITS) 관련 예산이 급감한 가운데 학계 주최 정책 세미나에서 산업계와 전문가들이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방향을 놓고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ITS가 국민 교통안전과 직결된 공공 성격의 사업임에도, 성과 평가와 재원 구조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정책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한국ITS학회 주최로 열린 'ITS 지속가능 발전 정책 세미나'에서는 최근 ITS·C-ITS 예산 축소 흐름을 두고 원인과 대안을 짚는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에서는 ITS가 혼잡 완화, 사고 예방, 에너지 절감 등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해왔음에도 이러한 효과가 정책 성과로 명확히 드러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특히 예산 구조에 대한 지적이 집중됐다. 실증과 연구개발은 국비로 추진되지만 확산과 운영 단계에서는 지자체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점이다. 구축 성과가 늘어날수록 유지관리비가 증가하고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서비스 격차가 벌어지는 현실도 언급됐다. 이 과정에서 ITS를 통해 생산된 데이터가 서비스로 이어지지 못해 체감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반성도 나왔다.

학계에서는 ITS 사업의 성격을 다시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동규 서울대 교수(ITS학회 부회장)는 “ITS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라기보다 혼잡이나 사고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여온 사업”이라며 “사회적 효과는 크지만 외부에서 그 성과가 충분히 인식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ITS가 성공할수록 지자체 부담이 커지는 현 구조를 언급하며 이런 방식으로는 장기적 확산이나 글로벌 진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거버넌스 재정비가 공통 과제로 제시됐다. 김 교수는 기술 개발 로드맵과 함께 성과 평가 체계를 재설계하고 운영비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공동 부담 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토부뿐 아니라 경찰청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정책 방향과 역할 분담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공과 민간 데이터가 분절된 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공공·민간이 함께 운영하는 데이터 플랫폼 필요성도 거론됐다.

업계 대표들도 현장의 애로를 전했다. 정홍종 웨이티즈 대표는 새해 강릉에서 열릴 ITS 세계총회를 ITS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기술과 산업 생태계를 대외적으로 보여줄 기회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업계가 참여하는 시연과 프로그램을 통해 성과를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순기 뱀부스 부사장(한국 C-ITS 산업 협의체)은 C-ITS를 둘러싼 정책 해석의 혼선을 짚었다. 그는 최근 정책 흐름에서 C-ITS가 교통안전 서비스보다는 자율주행 지원 관점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C-ITS의 역할을 명확히 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산업계 차원의 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도 밝혔다.

최광주 IT텔레콤 대표는 ITS 용어와 인식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ITS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인 만큼 용어 변경보다는, 구축 이후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고 어떤 효과가 나타났는지를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스스로 성과를 알리는 데 소홀했던 점에 대한 반성도 함께 제기됐다.

업계는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정부에 대한 요구 사항도 정리했다. C-ITS 중장기 로드맵 수립과 새해 C-ITS 예산 확대 편성, 강릉에서 열리는 ITS 세계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참여 기업 지원이 핵심이다.

앞서 C-ITS 산업계는 지난 2일 국토교통부와 간담회를 열고 C-ITS 정책의 복원과 정상화를 요청한 바 있다. 현재는 해당 간담회에 대한 정부의 후속 조치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향후 공동 성명서를 통해 관련 입장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