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3기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이 시작된다. 기존 참여기관을 3기 사업에서도 유지하며 연속성을 이어가되, 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본격적인 데이터 활용과 솔루션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병원 내 의료 데이터 기반 구축에 큰 역할을 한 만큼 이제는 인공지능(AI) 접목 등을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협의체는 새해 2월 3기 의료데이터중심병원 착수 보고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달 2기 사업이 마무리됨에 따라 새해에 3기 첫 협의체 회의를 통해 올해 사업 추진방향 등을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은 병원에 축적된 의료데이터를 디지털 의료연구에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대안암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부산대병원 7개 컨소시엄 43개 의료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2020년 시작돼 3년 단위의 1, 2기 사업이 마무리됐고 내년 3기 사업이 출범한다.
복지부는 3기 사업에는 참여기관을 유지하면서 연속성 있는 과업 수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3기부터는 본격적인 데이터 활용과 실증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기반 구축을 완료한 1, 2기 참여기관들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3기 사업에는 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데이터 개방과 AI 솔루션 실증 사업을 신규로 추진한다.
우선 내년 64억원을 투입해 의료AI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의료데이터 이용권(바우처) 지원을 올해 8개 과제에서 새해 40개로 확대한다. 또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내에서 의료AI 솔루션 성능과 효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실증사업도 추진한다. 총 48억원을 투입, 20개 과제를 선정하는 게 목표다. 상반기 중 바우처, AI실증 대상 기업을 모두 선정한다.

의료계는 지난 6년간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이 병원의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과 표준화, 협업 생태계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병원을 임상이나 연구 중심 기관으로 바라봤던 것을 넘어 데이터 활용 중심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3기부터는 본격적인 AI 접목을 위한 전략 수립과 함께 정부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정부 지원 예산이 컨소시엄별 연간 16억원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병원이 자체 투자하는 비용이 더 큰 만큼 합리적인 예산 책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차원철 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센터장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은 의료기관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체계화하고 IT 위상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줬다”면서 “이제 AI가 아젠다로 자리 잡으면서 투입되는 비용도 늘어나지만 단년도 사업인데다 과업에 비해 예산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진 가톨릭중앙의료원 정보융합진흥원장은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사업을 통해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이제는 AI 접목에 집중해 'AI중심병원'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참여기관 중 일부를 선정해 전 영역에 걸쳐 AI를 접목한 뒤 국가차원의 베스트 레퍼런스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