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광물 허브' 고려아연, 美 진출…경영권 분쟁 속 존재감 과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거센 외풍 속에서도 경쟁력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기반으로 연이은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와 협력해 현지 제련소를 건설하고, 귀금속 회수 수익성도 한 단계 끌어올렸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미국에 10조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방식은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합작법인(JV)을 설립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미 국방부와 현지 방산기업 등이 2조~3조원 규모를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은 안티모니, 인듐, 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광물을 생산하며 탈중국 공급망으로 주목을 받았다. 특히 미국 전략 광물 제련소 건립을 통해 글로벌 전략광물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대외적인 위상과 함께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내실 다지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IM증권은 고려아연이 4분기 매출 △4조7390억원 △영업이익 36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4%, 44.9% 증가한 수치다.

특히 104분기 연속 흑자 기록이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 경신이 가시화됨에 따라 경영권 경쟁에도 불구하고 경영 능력 및 본업 경쟁력을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실적의 핵심은 전략광물과 귀금속이다. 고려아연은 순도 99.9% 이상의 안티모니를 생산해 지난 6월 미국으로 수출했다. 안티모니는 탄약과 방산 전자장비, 방호 합금 등 여러 군수·방위산업 분야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희소금속으로, 중국의 수출통제로 인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안티모니는 톤(t)당 5만 달러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올 3분기까지 안티모니 누계 판매액은 2500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이 연간 92t을 생산하는 인듐 역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기존 디스플레이용 소재에서 박막 태양전지 핵심 소재로 사용처가 확대된 데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인듐 기반 반도체 소재 수요도 증가하면서 누적 판매액은 400억원을 기록했다.

귀금속 가격 상승도 호실적에 힘을 보탠다. 고려아연은 제련 부산물에서 금, 은 등을 회수하는 퓨머 공정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금과 은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짐에 따라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은은 AI 관련 첨단 산업의 성장세가 맞물리며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온스당 금 가격은 4200달러 선, 은 가격은 60달러대를 넘어섰다. 고려아연의 3분기까지 금, 은의 누계 판매액은 각각 1조3000억원, 2조3000억원이다.

고려아연은 신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갈륨 생산시설 구축에 각각 1400억원, 557억원을 투자하며 '탈중국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직원이 인듐을 주조하는 모습. 고려아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직원이 인듐을 주조하는 모습. 고려아연

주주 환원 정책도 강화하고 있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2025년 결산배당과 관련해 주당 배당금을 전년 1만7500원 대비 2500원 증액한 2만원으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자기주식 115만9747주를 제외한 보통주 1818만3516주를 대상으로 약 3637억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특히 1조6689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 약속 이행까지 포함하면, 2025년 총주주환원 금액은 2조326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온산제련소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가 추진되면서 고려아연의 사업 내구력이 뚜렷해졌다”며 “미국 제련소 건립을 통해 전략광물 허브로서의 위상 강화는 물론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이 구조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주친화 정책까지 강화되면서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적대적 M&A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유일 전략광물 생산 허브, 국가기간산업의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며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 내실화로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