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의 2025년 연말 임원 인사는 '소프트웨어(SW)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두 축으로 한 연구개발(R&D) 기술 패러다임 전환, 글로벌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파격 인사로 평가된다.
인사의 3대 핵심 키워드는 △R&D 리더십 △성과주의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R&D와 제조 수장을 동시에 교체, 소프트웨어(SW) 기반 차량·공장 체계 전환을 추진 단계로 격상했다. 전문성을 중심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한 성과도 인사에 반영했다. 40대 리더 발탁, 배터리·수소 등 미래 핵심 분야 인재를 중심으로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SW 전환 위한 R&D 리더십 강화
현대차그룹은 2명 사장 승진자를 SW 중심 체계 전환의 핵심 포지션에 임명했다. R&D 본부장을 맡은 만프레드 하러 사장은 SW 등 유관 부문과의 적극적 협업으로 SDV 성공을 위한 R&D기술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이와 별개로 최근 사임한 송창현 AVP 본부장 사장의 후임은 이른 시일 내 선임할 계획이다.

정준철 제조부문장 사장은 하드웨어(HW) 영역에서의 제조 경쟁력 강화와 SDF 구축을 총괄한다. 제조솔루션본부와 구매본부를 총괄하는 정 사장은 SW 중심의 미래 생산 체계 구축, 로보틱스 등 그룹의 차세대 생산 체계 구축에 주력할 전망이다.
현대차 국내 공장을 총괄하는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로 임명된 최영일 부사장은 기술 중심의 공장으로 조직을 재편하는 임무를 맡는다. 현대차그룹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인 국내 공장의 위상과 기술력을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과주의 전문가 중용
현대차그룹은 올해 인사에서도 성과 중심 기조를 이어갔다. 북미 지역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공로로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올해 어려운 경쟁 환경 속에서도 전년 대비 8% 이상의 소매 판매 신장을 이뤄내 기아의 글로벌 입지를 공고히 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분야별 전문성을 중심으로 계열사 미래 경쟁력 구축을 앞당길 승진 인사도 이뤄졌다.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된 이보룡 부사장은 30년 이상의 철강 업계에서 몸담은 전문가다. 전략적 대규모 설비 기술 투자 등을 연속성 있게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안정적 위기관리 역량을 통해 성과를 낸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와 전시우 현대커머셜 대표도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부터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맡아온 서강현 사장은 현대차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해 그룹사 간 사업 최적화를 주도한다. 장재훈 부회장은 전방위 미래 사업과 기술 확보를 위한 그룹 차원의 시너지 제고, 실행을 진두지휘한다.

◇세대교체와 기술 인재 영입
현대차그룹은 사장 승진 4명을 비롯 부사장 14명, 전무 25명, 상무 신규 선임 176명 등 총 219명의 인사를 시행했다. 전년 임원 인사 대비 20명 줄어든 규모로, 사장급 고위 임원의 용퇴와 체질 개선을 위한 대규모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올해 상무 신규 선임자 중 40대 비율은 2020년 24%에서 올해 50% 가까이 상승했다. 상무 초임 평균 연령도 처음 40대에 진입했다. 전체 승진 대상자 중 30%가량은 R&D와 주요 기술 분야에서 발탁했다.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전무(만 47세)는 40대 부사장이 됐다. 서정훈 배터리설계실장(만 47세)와 김덕환 수소연료전지설계1실장(만 48세)도 상무로 승진했다. 조범수 현대차 외장디자인실장(만 42세)과 권혜령 현대건설 플랜트기술영업팀장(만 45세) 등 80년대생 상무도 12명이 선임됐다.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 원장으로는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경제학과 신용석 교수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R&D와 SW,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핵심 분야 인재를 계속 영입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 기회로 삼아 인적 쇄신과 리더십 체질 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며 “SDV 경쟁에서의 압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사·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