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격한 디지털 전환 속에서 전자문서는 더 이상 단순한 보관·관리 대상이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대규모언어모델(LLM)이 비즈니스 혁신의 중심으로 부상한 지금, 문서는 조직의 핵심 데이터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잘 구조화된 데이터로 만들어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기업의 문서 환경은 부서별·시스템별로 분절돼 있어 정보 사일로를 만들고, 이는 의사결정 지연과 AI 활용 한계로 이어진다. 특히 LLM 기반 생성형 AI 환경에서는 비정형적으로 흩어지고 문맥이 연결되지 않은 데이터로 인해 오류와 왜곡 위험이 커진다. 즉 AI 활용을 위한 정보는 쌓여있으나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의 본질은 AI 기술 자체가 아니라, AI가 학습하고 참조하는 데이터 기반에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ECM(Enterprise Content Management)은 단순한 문서 저장 시스템을 넘어, 조직 내 비정형 데이터를 통합·구조화해 AI가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전환하는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문서 본문뿐 아니라 작성·수정 이력, 승인 흐름, 코멘트, 메타데이터, 권한 정보가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될 때 콘텐츠는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되며, 이는 AI가 문맥을 이해하고 신뢰도 높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문서 자산이 이러한 형태로 정비될 때 AI는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AI는 문서 간의 숨겨진 관계와 맥락을 이해하고,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며, 사용자 역할과 권한에 맞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비표준화된 메타데이터, 불일치한 권한 체계, 단절된 저장 구조로 인해 이러한 잠재력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인젠트 역시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디지털전환(DX)을 넘어 AI 전환(AX)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25년간 축적해 온 데이터 플랫폼과 ECM 기술을 기반으로, 고객이 보유한 문서와 데이터를 AI 친화적인 구조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오픈소스 기반 데이터 플랫폼 eXperDB를 중심으로 벡터 데이터베이스와 RAGOps 플랫폼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문서중앙화 솔루션(INZENT EDM)에 RAG(검색 증강 생성) 기반 기능을 적용해 이를 AI 에이전트로 진화시키고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시장에서도 AI 투자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구축만으로는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조직 내부의 문서와 비정형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구조화되어 관리되지 않는다면 AI는 기대만큼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경쟁력 있는 AI 도입의 출발점은 결국 데이터, 그 중에서도 문서 데이터의 구조화에 있다. 이것이 많은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핵심이다.
미래의 비즈니스 경쟁력은 데이터의 조직적 가공 능력과 AI 활용 역량에 달려 있다. 전자문서 기반 콘텐츠가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ECM 플랫폼과 데이터 전략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문서는 더 이상 과거의 기록물이 아니다. AI 시대의 지능형 데이터 자산이다.
이형배 인젠트 대표 hblee@inzen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