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통과보다 중요한 '설계의 시간'

토큰증권(STO) 법제화가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뒀다. 법안 발의 2년 만에 제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자산이 정규 자본시장 안으로 편입되는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통과가 끝은 아니다. 법안 처리를 앞두고 투자한도, 신탁수익증권 규정, 보충성 원리 등 시행령과 초기 제도 설계 쟁점들이 중요하다. 투자자 보호를 감안하되, 시장 유동성을 훼손하지 않는 정교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투자한도 규제는 민감한 문제다. 실물 기반 조각투자 자산은 개별 프로젝트 규모가 작고 유동성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투자한도를 지나치게 묶을 경우, 보호를 위한 장치가 오히려 유동성 고갈과 가격 왜곡을 낳아 투자자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탁수익증권을 둘러싼 규정도 마찬가지다.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에는 발행과 유통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단서가 존재하지만, 신탁수익증권에는 유사한 예외 규정이 없다.

기초자산 범위 역시 걸림돌이다. 다양한 자산을 토큰증권으로 발행하려면 신탁이 취급할 수 있는 자산의 폭이 넓어져야 하지만, 현행 신탁법은 이러한 확장을 상당 부분 제약하고 있다. 제도는 열렸지만, 실제 활용은 극히 제한적인 셈이다.

해외는 이미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예탁결제청(DTCC)의 블록체인 기반 증권 기록 시범 운영을 승인했고, 나스닥은 토큰화 주식 거래에 대한 의견 수렴에 착수했다. 유럽 역시 전통 금융 자산의 발행과 유통 구조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편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도화 이후가 진짜다. 초기 설계가 미흡하다면, 제도는 이름만 남고 시장은 열리지 않는다. 제도권 진입의 문턱에 선 지금, 더 정교한 접근과 시도가 중요하다.

박유민 디지털금융본부 기자
박유민 디지털금융본부 기자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