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며, 미국 내 첫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내 투자 압박과 중국에 대한 노골적 견제로 인한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GSK와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에 위치한 휴먼지놈사이언스(HGS)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인수 주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이며, 인수 금액은 2억8000만달러(약 4147억원)다. 인수 절차는 2026년 1분기 내 완료한다.

락빌 생산시설은 미국 메릴랜드주 바이오 클러스터 중심지에 위치한 총 6만리터(L) 규모 원료의약품(DS) 생산공장으로, 두 개의 제조동으로 구성됐다. 이 시설은 임상부터 상업생산 단계까지 항체의약품 생산에 특화된 인프라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기존 생산제품에 대한 계약까지 승계한다. 이를 위해 현지 인력 500여명을 전원 고용 승계했으며, 생산능력 확대 등 추가 투자도 검토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동안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를 꾸준히 검토해 왔다. 존림 대표도 지난 1월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미국 내 10여 곳의 공장을 살펴 봤지만 실제 확보 시점은 3~4년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추진하던 미국 거점 확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관세 부과, 현지 투자 압박 등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미국의 생물보안법 통과는 전략적 판단을 당기는 단초 역할을 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다수 중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사업이 제한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 이 빈자리를 단단히 꿰차겠다는 판단이다. 셀트리온이 일라이릴리의 미국 뉴저지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인수로 미국 사업 강화는 물론 생산능력 초격차도 힘을 얻게 됐다. 회사는 현재 인천 송도에 1~5공장을 건설해 세계 최대인 총 78만5000L 규모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2032년까지 6~8공장까지 건설, 총 132만5000L 규모 생산능력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연방·주·지방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고객 지원과 바이오의약품 공급 안정성을 강화하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 현지 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락빌 시설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유럽 소재 제약사와 총 1조2200억원 규모 위탁생산 계약 3건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