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 플랫폼법'(이하 온플법)을 둘러싼 한미 간 갈등에 정치권이 가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가 한국 디지털 규제 추진을 문제 삼아 최근 첫 비공개회의를 취소한 것과 관련 국민의힘이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18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공동위원회 회의를 전격 취소했다”며 “이 회의는 이재명 정권이 자화자찬해 온 한미 팩트시트 타결 이후 처음 열릴 예정이었던 통상 관련 회의였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재명 정권이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회의 취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반응도 심상치 않다고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는 “미 하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는 유럽의 디지털 규제와 유사한 흐름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 비난 발언을 대형 피켓으로 만들어 한국을 특정해 비판하는 장면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기업들이 한국 대기업과 연계해 규제를 피해 가고, 이로 인해 미국 무역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무역법을 총동원해 제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미 행정부의 기조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미국 무역대표부는 EU식 디지털 규제를 추진하는 국가들에 대해 동일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애초 한미 팩트시트에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법과 정책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도록 한다'는 문구를 포함시킨 것 자체가 전략적 패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온플법 추진이 자가당착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국내 디지털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오히려 우리 스스로 디지털 플랫폼 정책을 설계할 여지를 좁히고 있다는 것이다.
송 원내대표는 “불평등한 협상 결과가 한미 통상 갈등의 불씨가 됐고, 이 정권 인사들의 반미·친중 성향이 그 불씨를 키우고 있다”며 “결국 이재명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잘못된 외교 방향 설정이 심각한 국익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불가피한 한미 통상 협상 결과를 반영하되, 우리 디지털 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찾겠다”며 “정부도 더 늦기 전에 예견되는 통상 리스크를 점검하고 국익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무역대표부는 전날 예정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비공개회의를 취소했다. 폴리티코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차별적이라고 판단한 디지털 제안을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점”을 회의 취소 사유로 전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양국 간 관세 협상과 안보 협의의 최종 결과물인 '한미 팩트시트'에 “한·미 양국은 디지털 서비스와 관련된 법률 및 정책, 특히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와 관련해 미국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켜 한국 정부의 관련 입법 추진을 견제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쿠팡 등 미국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규제 압박과 데이터 관련 조사를 미국 정부가 규제 과잉이자 부당한 대우로 인식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