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소문난 잔치 쿠팡 청문회

정치권이 연일 쿠팡을 때리고 있다. 3370만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현안질의와 청문회에 이어 30~31일 양일간 연석 청문회까지 예고했다. 국민적 공분이 큰 사안인 만큼 쿠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처럼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국회 출석 요구에도 1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도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출석하지 않았고, 이른바 '맹탕 청문회'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던 박대준 쿠팡 대표는 청문회 직전 사임했고, 외국인 대표가 대신 출석했다.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기대했던 국회와 국민 입장에서는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외국인 대표는 여야 질의에 “통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 법인의 대표는 나다”라는 답변을 반복하며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다른 개인정보 유출 사례와 대비된다. 최근 국내 통신 3사와 롯데카드는 유사 사고 당시 대표가 직접 국회에 출석했고, 해외에서는 2018년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사태 때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쿠팡은 여전히 핵심 의사결정권자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해외 지배 구조를 방패로 삼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배경, 국외 자본이라는 이유를 국회 패싱 티켓으로 사용하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 청문회에서 쿠팡은 검증보다는 회피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곧 있을 연석 청문회 역시 빈손으로 끝난다면, 국회가 제대로된 대응없이 군불만 지피다 끝났다는 평가가 불가피할 것이다. 청문회 규모를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실질적인 답변과 조치를 끌어낼 전략이 필요하다. 소문만 무성한 잔치가 아닌 사태의 정확한 이해와 해결책이 필요하다.

[ET톡] 소문난 잔치 쿠팡 청문회

박윤호 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