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세 여성과 엡스타인 전용기 탑승”…전용기에 최소 8번 탔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죄 판결을 받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공범 길레인 맥스웰(오른쪽)이 함께 찍은 사진이 증거로 포함됐다. 사진=로이터
미국 법무부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죄 판결을 받은 미성년자 성착취범 제프리 엡스타인의 수사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공범 길레인 맥스웰(오른쪽)이 함께 찍은 사진이 증거로 포함됐다. 사진=로이터
미국 법무부, 엡스타인 파일 추가 공개

미국 법무부가 23일(현지시간) 추가로 공개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다수 등장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미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엡스타인 파일 공개법(투명성 법)'에 따라 지난 19일부터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자료를 단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1차 공개 자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내용이 거의 없었고, 트럼프가 등장하는 사진이 공개 하루 만에 삭제됐다가 재게시되면서 투명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사법 당국은 엡스타인의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길레인 맥스웰 사건과 관련된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2021년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 자택 마러라고에 소환장을 보냈다. 당시 검찰은 과거 마러라고에서 근무했던 인물 가운데 맥스웰 사건과 연관된 기록을 찾고 있었다.

공개 문서에는 뉴욕 남부지검 소속 연방 검사가 작성한 내부 메모와 이메일도 포함돼 있다. 해당 기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1993년부터 1996년 사이 엡스타인의 전용기에 총 8차례 탑승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가운데 최소 4차례의 비행에는 맥스웰이 동승한 것으로 적혀 있다.

엡스타인 수사자료. 사진=AFP 연합뉴스
엡스타인 수사자료. 사진=AFP 연합뉴스

특히 1993년 한 비행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이 전용기의 유일한 승객으로 기재됐으며, 또 다른 비행에서는 두 사람과 20세 여성 1명만 탑승한 것으로 기록됐다. 검사는 다른 두 차례 비행에 동승한 여성 2명이 맥스웰 사건의 증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보도보다 더 자주 엡스타인의 전용기를 이용했을 수 있다는 코멘트도 남겼다.

또한 FBI가 2000년대 초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관계, 그리고 이들의 자택에서 열린 파티와 관련해 수집한 여러 제보도 문서에 포함됐다. 다만 해당 제보에 대한 후속 조사 여부나 사실로 확인된 내용이 있는지는 명시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이번 자료 공개와 관련해 “문건 일부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사실이 아닌 선정적인 주장이 포함돼 있으며, 상당수는 2020년 대선 직전에 제출된 것”이라며 “주장에 신빙성이 있었다면 이미 정치적으로 활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설명대로, 공개된 자료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행위나 부적절한 행동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엡스타인과 과거 친분이 있었지만 2000년대 초 관계를 끊었다고 밝혀왔으며, 엡스타인의 범죄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기소된 적은 없다.

그러나 자료가 추가로 공개될수록 이른바 '엡스타인 음모론'을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어 정치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럼프급 전함' 건조 발표 행사에서도 엡스타인 관련 질문을 받자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엡스타인 사건은 공화당의 성과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일 뿐”이라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함 건조를 발표했는데도 기자들은 여전히 엡스타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2019년 연방 구금시설에서 사망했다. 그의 사망 이후 관련 인물과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지금까지도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