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보험업계가 정부의 장기 연체자 빚 탕감 프로그램 새도약기금(배드뱅크) 분담 방식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배드뱅크 대상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회사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방식에 대해 반발이 큰 상황이다.
새도약기금은 금융위원회와 캠코가 추진하고 있는 장기 연체자 재기 지원 프로그램이다. 금융사가 보유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무담보 연체 채권을 채권금액 약 5%로 매입해 소각·채무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배드뱅크 출연금으로 각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약 3600억원, 여신업권은 300억원, 저축은행은 100억원을 출연한다.
최근 생명보험협회는 회원사들에게 배드뱅크 대상 채권을 보유한 10개사가 200억원 중 10%인 20억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180억원은 전체 22개 생보사가 협회에 지급하고 있는 출연금비율 대로 분담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다만 배드뱅크 대상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생보사들은 이번 협상안이 불공정한 방식이라며 충돌하고 있다. 해당 방식이 강행될 경우 그간 무담보 대출로 거둔 이자수익이 없는 회사도 배드뱅크 분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협회에 지급하고 있는 분담금 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배드뱅크 분담금까지 높아져 비용적인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그간 개인대출로 인한 수익이 없었던 회사도 협회에 출연하는 금액이 많다면 분담금까지 더 내야 하는 불공정한 구조”라며 “분담금 분배 방안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업계에서도 분담금 배분 협상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는 아직 분담금 출연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지만, 배드뱅크 대상 채권 대다수가 SGI서울보증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전체 손보업권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중 90% 정도를 SGI서울보증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수 손보사들은 채권 보유량대로 SGI서울보증이 배드뱅크 분담금중 90%인 180억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반면, SGI서울보증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산정될 필요성을 개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드뱅크 분담금을 두고 보험사 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예정보다 출연방식 확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타금융권은 대부분 회사가 배드뱅크 대상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크게 이견이 없었지만 보험사들은 무담보 대출을 다루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금융당국이 빠른 확정을 했지만 보험사마다 입장이 달라 내년 초까지 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