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플랫폼으로 진화하는 車](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2/24/news-p.v1.20251224.5556101fcf84438c90c48424114579d0_P2.jpg)
2026년은 자동차가 이동 수단을 넘어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 고도화되며 산업 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전기차 시장은 성장 둔화를 넘어 구조 재편 국면에 진입했다. 지난 수년 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수요 둔화를 겪었지만, 이는 수요 위축보다 시장이 성숙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기업의 부상으로 보급형과 프리미엄 전기차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배터리 원가 경쟁력과 공급망 통제 능력이 전기차 시장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향후 전기차 경쟁은 단순한 차량 판매가 아닌 배터리·소프트웨어(SW)·충전 생태계를 아우르는 플랫폼 경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레벨3 기술 확산이 주요 이슈다. 기술적으로는 상당 수준에 도달했지만, 사고 책임과 관련한 법·제도 문제가 상용화 속도를 늦추고 있다. 레벨3 단계에서는 사고 발생 시 책임이 운전자에서 제조사로 일부 이동하는 만큼, 기술력 뿐만 아니라 제도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새해 자동차 산업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SDV다. SDV는 차량의 하드웨어(HW)와 SW를 분리, SW가 성능과 기능을 통합 제어하는 구조다. 2026년은 SDV 전략이 개념 검증을 넘어 양산과 수익 모델로 연결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와 토요타, GM 등 글로벌 완성차도 자체 SW 플랫폼 구축을 가속하면서 새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중국 완성차의 영향력은 전기차를 넘어 SDV, 자율주행, AI 영역까지 빠르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BYD와 지리, 샤오펑, 지커 등은 대규모 내수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해 기술을 고도화,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는 존재감을 넘어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과 AI의 활용도 2026년을 전후로 가속화된다. 제조 현장에서는 로봇 자동화와 AI 기반 공정 관리가 생산성과 품질 안정성을 향상하고 있다. 테슬라와 현대차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한 차세대 자동화 기술을 시험하며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로봇 도입은 선택이 아닌 구조적 대응 수단이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 축이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산업간 경계는 흐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들은 차량 제조를 넘어 SW, 반도체, 데이터, 에너지까지 아우르는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IT·SW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자율주행과 SDV를 통해 점차 이동형 로봇에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는 미래 자동차는 모빌리티 서비스, 물류, 보험, 데이터 산업 등 연관 산업 전반에 큰 파급 효과를 미친다. 단순히 판매 대수보다 기술과 생태계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2026년을 기점으로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은 속도보다 통합 역량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별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묶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에 미래차 주도권이 달렸다.
정치연 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