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제조사 사장이 매각 대금의 15%, 우리돈 3460억원에 달하는 보너스를 직원들에게 분배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해 화제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레이엄 워커 파이버본드 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가족회사인 전기 장비용 외함 제조업체 '파이버본드'를 전력 관리 회사인 '이튼'에 매각하는 17억 달러(약 2조448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거액의 매각 계약을 앞두고 워커 CEO는 이 기쁨을 오랜 시간 함께해준 539명의 직원들과 나눠 가지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에 이튼에 '매각 대금의 15%를 직원들에게 배분한다'는 거래 조건을 내밀었다.
거래에 따라 정규직 직원 539명은 총 2억4000만달러(약 3460억원)의 보너스를 나눠가지게 됐다. 근속 연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44만3000달러(약 6억3600만원)를 5년에 걸쳐 나눠 받게 된다.

지난 6월 첫번째 보너스가 쥐어지자 일부 직원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으며, 일부는 장난이라고 생각해 통지서를 멍하니 쳐다봤다고 한다.
1995년, 21세 나이로 파이버본드에 입사한 레시아 키도 보너스를 받게 됐다. 입사 당시 그의 시급은 5.35달러였다. 부업까지 뛰며 빚을 갚았지만, 아직도 주택 담보 대출금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이번 보너스로 대출금을 모두 상환한 평생 꿈이었던 의류판매점을 열었다고 전했다.
15년 이상 회사에서 근무한 홍 블랙웰도 수십만달러를 받았다. 보너스를 받고 은퇴한 그는 “세금만 10만 달러에 달했다”며 “남편에게 차를 사주고 나머지는 저축하겠다. 이제 은퇴 생활이 편안해질 것”이라며 기뻐했다.
직원들은 이 돈을 빚을 갚거나, 자동차 구입, 대학 등록금 납부, 은퇴 자금을 위한 저축에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회사가 있는 인구 1만2000명의 작은 마을인 민든의 지역 경제에도 활기가 돌았다.
회사 매각이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회사 직원들이 이득을 얻기도 하지만 이는 대부분 회사가 자사주를 지급한 경우다. 이번처럼 가족 회사가 지분이 없는 직원들에게 매각 대금을 다수 나누는 사례는 드물다고 WSJ는 전했다.
파이어버드는 1982년 워커 전 CEO의 아버지인 클로드 워커가 설립한 전기 및 통신 장비용 보호시설 건설회사로 시작했다.
1990년대 휴대전화 열풍으로 번창했으나, 1998년 공장이 화재로 전소하면서 한 차례 위기를 겪었다. 생산이 멈췄지만 당시에도 직원들에게 급여를 계속 지급해 장기 근속자가 많다.
2000년대 초에는 닷컴 버블 붕괴로 거래처가 급감해 900명이던 직원을 320명으로 줄이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이후 워커 전 CEO는 형과 함께 경영을 맡아 데이터센터용 모듈형 전력 인클로저 제작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 최근 5년만에 매출을 거의 400% 끌어올렸다.
'매각 대금의 15% 전직원에게 분배'는 매각 계약 당시부터 워커 가족이 고집한 조건이다. 당시 회사 고문은 “거래를 복잡하게 만들거나 계약을 놓친 전 직원들이 소송을 걸 수 있다”고 경고했으나 워커 전 CEO는 이 조건을 계속 밀어붙였다.
워커 전 CEO는 “10%보다 높아서 15%를 고집했다”면서 “보너스를 5년간 근속 보상 형태로 지급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이 전액을 받기 위해 회사에 계속 근무할 것이고 이는 매각 후 운영 안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