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은 AI 기반 건물에너지 관리 솔루션 기업 씨드앤(대표 최현웅)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다. 2015년 5월 창업 이후 약 10년간 국내 시장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온 씨드앤이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해외 진출을 넘어 '사람 중심의 적정 온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집요하게 답해온 시간의 결과다.
창업 초기 씨드앤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건물 에너지 관리 분야는 최소 3~4년간 사계절 데이터를 축적해야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시장으로, 투자 유치와 레퍼런스 확보 모두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최현웅 대표는 2015년부터 축적해온 건물 에너지 효율 기술과 도입 레퍼런스, AIoT 디바이스 개발 경험과 현장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에서 성과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축적의 결과는 올해 5월, 베트남 호치민에서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됐다. GS25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현지 3개 매장에 씨드앤의 AI 온도 관리 솔루션 '리프(Leaf)'를 도입한 지 한 달 만에 에너지 절감률 38%라는 성과가 도출된 것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하루 종일 가동되는 냉방기를 AI로 제어했을 때 확보할 수 있는 효율을 실증한 수치였다.
이 성과는 운영 방식의 변화를 동반했다. 실시간 온습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도한 냉방을 줄이고 비가동 시간대의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결과 전기요금은 감소했고 매장 쾌적도는 개선됐다. 앱과 QR코드를 활용한 간편한 제어 방식은 현장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기술 효율성과 사용 편의성이 동시에 검증된 사례였다.
검증된 데이터는 확장으로 이어졌다. 베트남 롯데리아가 2개 매장에 대한 시범 도입을 결정했고, GS25 사례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다른 글로벌 브랜드에도 신뢰를 제공했다. 베트남은 씨드앤이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실증과 확산을 동시에 담당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베트남에서 '효율'이라는 답을 확인한 데 이어, 싱가포르와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서는 '확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논의가 이어졌다. 싱가포르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주관하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기술 중개 기관 IPI(Innovation Partner for Impact)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기술 라이선스를 희망하는 파트너사 2곳을 발굴했다. 이는 특정 제품을 공급하는 단계를 넘어 씨드앤의 기술 자체가 하나의 산업적 자산으로 평가받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Tech Innovation 2025 컨퍼런스 전시장에서 글로벌 파트너사들은 자국의 건물 환경에 씨드앤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논의했으며, 이를 통해 씨드앤은 기술 플랫폼 기업으로의 진화를 구체화했다.
태국에서는 보다 구조적인 논의가 이어졌다. 태국 전기공사와의 미팅에서는 개별 매장 단위가 아닌 국가 전력 인프라와 연계한 건물 에너지 관리 가능성이 논의됐고 씨드앤은 현지 환경에 맞춘 기술 적용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 교류가 가능한 현지 업체 2곳을 발굴하며 단기 매출보다 생태계 안착을 우선하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대만에서는 장기 데이터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에 도입한 시범 매장의 운영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에너지 절감 효과는 더욱 명확해졌고 패밀리마트 본사는 직영점 확대 계약 논의를 본격화했다. 한 개 매장의 실증이 다수 매장으로 확산되는 구조는 씨드앤이 오랜 시간 현장 검증과 실증에 집중해온 이유를 보여준다.
씨드앤의 경쟁력은 기술의 방향성에서 나온다. 리프는 설비 중심이 아닌 사람이 활동하는 공간의 온습도를 기준으로 제어하며 실시간 기상 데이터와 실내 환경, 사용자 패턴을 AI가 학습해 공간별 최적 온도를 도출한다. 별도의 시공 없이 IoT 기기 부착만으로 적용할 수 있어 사무실이나 프랜차이즈 매장, 공장 등의 다양한 유형의 상업시설에 높은 확장성을 제공한다.
씨드앤은 리프를 시작으로 건물 전체 에너지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하는 비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기질 센서, 스마트 조명 스위치, 스마트 콘센트 등을 연동해 냉난방과 조명을 통합 관리하고, QR코드나 NFC 태그를 활용한 제어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편리한 사용성과 에너지 관리 효율을 동시에 향상시키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기반에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도 자리하고 있다. 씨드앤은 올해 시리즈 A 라운드를 통해 누적 10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뮤렉스파트너스가 리드 투자사로 참여했으며,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IBK기업은행이 신규 투자사로 합류했다. 투자사들은 장기간 축적된 필드 데이터와 자체 보유한 원천 기술, 그리고 수익성으로 입증된 비즈니스 모델에 주목했다.
정부와 공공 부문에서도 씨드앤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2025년 제1차 혁신시제품으로 선정되어 조달청에 등록되었으며, 신세계 ESG 지원사업 우수 기업으로도 선정됐다. 2023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초격차 스타트업 1000+ 프로젝트 참여 기업으로 선정되며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진출을 위한 지원도 받고 있다.
10년 전 '사람 중심의 적정 온도'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씨드앤의 여정은 아시아 각국의 매장과 전력 인프라, 운영 데이터 속에서 하나의 답으로 수렴되고 있다. 온도 관리와 조명, 공기질을 아우르는 건물 에너지 통합 관리 솔루션을 기반으로 씨드앤은 AI 기반 건물 에너지 운영 관리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효율화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씨드앤은 현장에서 검증된 기술로 해법을 구현해 나가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임민지 기자 minzi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