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대학교(총장 황수성)는 이런 흐름 속에서 우수기업을 대학이 먼저 선별·관리하고, 교육·연구·취업지원 등 모든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운영하는 취업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 리스트(A-CLASS 500·R-CLASS 100)를 중심축으로 삼아, 학부·대학원 연구와 졸업작품, 취업부서 매니지먼트를 촘촘히 엮어 숫자가 아니라 '어디에, 얼마나 오래 다니는가'로 승부하는 취업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한국공학대가 어떻게 취업의 '양'이 아니라 '질'을 중심에 둔 구조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 구조가 현장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지 짚어본다.

취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공학대가 대학이 먼저 우수기업을 선별·관리하는 방식의 취업 지원 시스템을 운영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매년 기업 정보를 분석해 '갈 만한 기업'을 리스트화하고, 이를 기준으로 학생 역량 개발과 진로 지도를 설계하는 구조다.
한국공학대는 A-CLASS 500·R-CLASS 100 기업 관리 시스템에 산학 공동 연구, 졸업작품(캡스톤 디자인), 취업 부서의 전문 매니지먼트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 과정형 취업 지원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공학대의 'A-CLASS 500'은 졸업생이 실제 취업한 기업을 분석해 선정한 중견·우수기업 500곳의 데이터베이스다. 공개 경쟁 위주 채용을 진행하는 대기업은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고, 대학과 관계 관리에 따라 채용 성과가 달라지는 중견·우수기업에 집중한다.
선정 과정에는 재무제표 분석, 산업 성장성과 기술 경쟁력, 직무 구성·채용 패턴, 졸업생 재직 현황, 인사담당자 인터뷰 등 정량·정성 평가가 모두 포함한다. 대학은 '우리 학생이 선택할 만한 회사인가'를 먼저 검증한 뒤 학생에게 제시하는 구조다. 한국공학대는 좋은 기업 500곳에 3명씩만 취업해도 전체 학생이 우수기업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략을 내세운다.
이 가운데 핵심이 되는 100개 기업은 'R-CLASS 100'으로 별도 분류해 전략적으로 관리한다. 한국공학대 학생과 직무 적합도, 졸업생 근속률, 지속적인 채용 수요, 대학과 협력도 등이 주요 기준이다.
한국공학대는 이들 기업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요구 역량을 분석하고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한다. 또 기업 프로젝트·현장실습·인턴십을 함께 설계하고, 졸업생 재직 성과를 피드백해 기업 맞춤형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전담 관리 체계를 구축해 왔다.
A-CLASS 500·R-CLASS 100 시스템은 한국공학대의 대기업·중견기업 취업률을 40% 수준까지 끌어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수도권 유일 국가산업단지 내 공학 특성화 대학이라는 입지 역시 기업과 협력 및 채용 연계를 수월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공학대는 약 30년의 산학협력 역사를 바탕으로 산업계와의 접점을 넓혀 왔다.

기업들이 한국공학대 출신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로는 '실전형 역량'이 꼽힌다. 일반 대학에서 학부생 연구 참여가 제한적인 것과 달리, 한국공학대 학부생은 대학원 연구실과 기업 연계 프로젝트에 참여해 실제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한다.
교수·대학원생 연구팀과 공동 개발, 기업 의뢰 기반 기술 개발, 현업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 연구 기반 포트폴리오 제작 등을 통해 학부 단계에서 사실상 대학원 수준의 실무 능력을 쌓는 구조다. 기업 현장에서는 한국공학대 학생을 두고 '바로 투입 가능한 실전형 인재'라는 평가가 나온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졸업작품(캡스톤 디자인) 제도도 실력을 검증하는 장치다. 한국공학대는 모든 학생이 팀을 꾸려 졸업작품을 수행하며, 매년 약 420개 작품이 발표된다.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졸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사 기준도 엄격하다. 졸업작품 상당수는 실제 산업 현장의 과제를 기반으로 제작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학생이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실물로 확인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된다. 한국공학대는 이런 졸업작품의 완성도가 기업 실무진 사이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으며, 결과물만으로도 '경력자에 가까운 신입'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취업 지원 부서의 역할도 일반 대학 수준을 넘어선다. 한국공학대 취업부서는 학생의 취업 준비 전 과정을 정량화·표준화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한국공학대 취업부서는 먼저 졸업작품·연구성과·프로젝트 결과물을 기업이 보기 좋은 형식으로 정리하도록 포트폴리오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어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부터 AI 면접 대비, 모의 면접, 기업별 문항 분석까지 취업 준비 전 과정을 전문 상담사가 맡아 지원한다. 학생이 특정 기업에 적합한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해당 기업에 직접 추천하는 방식으로 연결하며, 특히 R-CLASS 100 기업을 중심으로 이런 '직접 매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매년 교내 잡페어를 열어 R-CLASS 100 및 A-CLASS 500 기업을 캠퍼스로 초청하고,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바로 면접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학과별 전담 상담사를 배치해 전공별 채용 트렌드 분석, 포트폴리오 기준 설정, 기업 맞춤 취업 전략 수립을 지원하는 체계도 갖췄다.
한국공학대의 취업 경쟁력은 단순 취업률 수치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학이 먼저 우수기업을 분석·선정하고, 교육·연구를 통해 학생 실력을 끌어올린 뒤, 취업부서가 실제 취업 과정까지 밀착 지원하는 '전 과정형 취업 생태계'를 작동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이 직접 캠퍼스를 찾아 학생을 선발하고, 대학은 졸업생 재직 성과를 다시 교육과 기업 관리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면서 취업 경쟁력은 해마다 강화하고 있다.
2024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한국공학대 유지취업률은 83.5%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양적인 취업률뿐 아니라 '얼마나 좋은 기업에, 얼마나 오래 다니는가'를 중시하는 대학의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
황수성 총장은 “좋은 기업을 대학이 먼저 선택하고, 그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대학이 직접 길러내는 구조가 취업의 '양'이 아닌 '질'로 승부하는 기반”이라며 “기업이 먼저 찾는 공학 특성화 대학으로서 산학 네트워크와 취업 생태계를 더욱 고도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흥=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