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주 만에 다시 열린 '쿠팡 청문회'는 이례적인 풍경의 연속이었다. 청문회장 내부에는 동시통역 부스가 설치됐고, 참고인 신원 보호를 위한 칸막이도 마련됐다. 의원들과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간의 신경전도 재연됐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한 '쿠팡 연석 청문회'는 초반부터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6개 상임위가 참여하는 등 규모는 대폭 커졌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난장판'이었던 지난 17일 청문회와 다를 바 없었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이번에도 불참한 가운데 쿠팡 측에서는 증인만 11명이 출석했다.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와 브랫 매티스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등 외국인 경영진은 통역사를 대동하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청문회에 불출석했던 박대준 전 쿠팡 대표를 비롯해 이재걸 법무담당 부사장 등 주요 임원들도 자리를 채웠다.
정부 측에서는 11개 부처·기관 수장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을 비롯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임광현 국세청장,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등이 직접 출석했다. 국토교통부·중소벤처기업부·고용노동부·외교부에서는 2차관이 대신 자리했다.
청문회장 안팎에서는 생소한 장면이 펼쳐졌다. 한쪽에는 동시통역사 2명이 배치된 통역 부스가 설치됐다. 지난 청문회에서 제기된 통역 문제를 보완하려는 조치다. 질의를 맡은 의원들과 증인·참고인들은 모두 한쪽 귀에 통역기를 착용한 채 청문회에 임했다. 통역 부스 맞은편에는 작은 칸막이가 세워졌다. 쿠팡 관련 증언을 위해 출석한 입점 셀러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11개 부처·기관 수장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청문회장 앞 복도는 실무진으로 가득 찼다.
통역기 사용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들과 해롤드 로저스 임시대표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동시통역기 착용을 요구하자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저는 제 통역사의 대동을 허락받았다”면서 “제 통역사는 유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거부했다.

청문회장 뒤편에서는 통역기 사용에 대한 사전 합의 여부를 놓고 쿠팡 측 변호인과 국회 관계자 간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변호인은 “사전에 통역기 사용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 이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의원들 지적이 이어지면서 해롤드 로저스 대표를 비롯한 쿠팡 측 인사들이 통역기를 착용했다.
고성과 삿대질도 오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쿠팡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질의하는 과정에서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제시한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충분히 답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어진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서도 해롤드 로저스 대표는 답변을 끊으려는 정 의원의 제지에도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정 의원은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스톱, 스톱”을 큰소리로 반복했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인 질의를 포기하고 7분간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낭독했다. 그는 “이 청문회를 대한민국 밖에서 지켜보고 있을 김범석과 쿠팡 핵심 인사들에게 국민 분노를 직접 전달한다”면서 “지금 범 킴과 쿠팡이 하는 짓은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팔아먹는 짓거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