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 특히 눈가에 생기는 주름이 향후 치매 위험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른바 '까치발 주름'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진단 위험이 더 높았다는 분석이다.
중국 연구팀은 최근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 연구 및 치료(Alzheimer's Research &Therapy)에 게재한 논문에서 두 개의 대규모 연구를 통해 얼굴 노화와 치매 위험 간의 연관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60세 이상 성인 약 19만5000명의 건강 데이터를 평균 12년간 추적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실제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고 말하는지, 늙어 보인다고 말하는지”에 대한 설문에 응답했다.
그 결과, 스스로 '늙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답한 사람은 '어려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답한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61%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혈관성 치매 위험은 55%, 원인 불명의 치매 위험은 74%까지 증가했다. 알츠하이머병 역시 위험 증가 경향을 보였지만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약했다.
이 같은 경향은 성별이나 교육 수준과 관계없이 대부분의 집단에서 관찰됐다. 다만 비만한 사람, 여름철 야외 활동 시간이 많은 사람, 알츠하이머병 유전적 위험이 높은 집단에서는 그 연관성이 더욱 뚜렷했다. 실제로 늙어 보인다고 인식된 사람들은 흡연율이 높고 신체 활동량이 적었으며, 우울 증상과 동반 질환도 더 많은 경향을 보였다. 인지기능 검사에서도 처리 속도와 실행 기능 점수가 낮고 반응 속도가 느렸다.
두 번째 연구는 중국 노인 약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얼굴 사진을 50명의 독립 평가자에게 제시해 나이를 추정하게 했고, 실제 나이보다 1년 더 늙어 보인다고 평가될 때마다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약 10%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특수 영상 분석 기법을 활용해 얼굴 주름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결과, 눈가와 광대 위쪽 주름의 개수와 선명도가 인지기능 저하와 가장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반면 볼 부위 주름이나 피부 수분·탄력 등 다른 피부 지표들은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약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을 '공통 병리 기전'으로 설명했다. 얼굴 노화는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신체 내부의 생물학적 나이와 전신 노화 상태를 시각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특히 눈가는 피부가 얇고 외부 환경에 취약해 자외선 노출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와 만성 염증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 같은 만성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는 뇌 노화를 촉진하고 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치매의 주요 기전과도 맞닿아 있다. 연구팀은 “눈가 주름은 전신적인 항산화 방어 체계와 피부 회복 능력이 약화됐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이는 뇌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주관적으로 인식되거나 객관적으로 측정된 얼굴 나이는 고령층에서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며 “예방적 개입 전략의 하나로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