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야흐로 인공지능(AI) 혁명이 몰려오고 있다.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인간문명의 근본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기술 파도가 우리에게 밀려오고 있다.
10여년 전 딥러닝으로 대표되던 학습 지능은 오픈AI를 통해 GPT 기반의 제한적이지만 창의성을 갖춘 생성형 지능으로 진화했고, 불과 2년만에 사고의 흐름을 유추하는 추론 지능으로 확장됐으며, 이제는 현실 세상과 연결되는 피지컬 AI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따른 직업 개혁은 현실화되고 있다. 기술 도입이 빠르고 노동 유연성이 높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에서는 각각 수만명의 인력 감축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추론적 지능만으로 대체가 가능한 일반 사무 영역에서 시작돼 피지컬 AI가 발달할수록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다음 단계의 AI는 인간의 개입이 없이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지능이고, 그 다음은 상호 협업이 가능한 시스템 지능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산업사회 이후의 전통적인 인간의 역할은 상당 부분 필요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바라건대, 인류 삶의 질이 향상되는 방향으로 정리되길 기대해 본다.
공학분야에서 AI는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전통적인 설계 프로세스를 변화시키고 있다. 우선, 컴퓨터를 활용해서 진행하던 인간의 작업을 자동화하는 방향이다.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거나 코딩을 대신함으로써 인간이 소모적으로 진행하던 업무를 대신하고 있으며, 일부 도메인에서는 초중급 엔지니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상당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두 번째로는 과학적 현상을 내재한 가상의 과학 공간을 제공하는 방향이다. 이는 자연에 대한 과학적 접근에 있어, 이론 정립과 실험을 통한 검증이라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빠르게 수행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특히, 양자역학, 화학, 미생물, 등의 많은 자원투입과 시행착오가 필수적인 분야에서는 그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AI를 통한 기술 혁명을 통해 엔지니어는 단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더 창의적이고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더 높은 차원의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설계에 집중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 반대급부로 AI를 통한 설계는 문제해결 과정에 내재돼 있는 원리를 간과하고 결과만 취하게 되는 위험성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에 대해 깊게 사유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만 얻어지는 고차원적 판단능력과 인사이트를 키울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론적 원리를 정확히 아는 전문가는 AI를 통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지만, 현상에 대한 수학적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미래 엔지니어에게는 AI가 '커닝페이퍼' 수준의 부적절한 도구가 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이 혁신적 편리성과 위험성을 가지는 AI 소용돌이 속에서, 학문·기술 공동체인 우리 학회로서는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 기술적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소명을 달성하기위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우리의 공학 특히 수학 관련 교육은 AI 시대를 준비해야하는 큰 당면 과제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우리 학회와 직접적인 전자파 이론은 3차원 기하 공간의 벡터에 대한 미적분 형태로 구성되어 난이도가 높은 수학 기반 분야로서, 이는 세계적으로 수학적 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전파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수학 교육부터 쉬운 수학이라는 명분 하에 공학의 필수적 내용인 고급 미적분학을 2028년부터 수능에서 배제할 예정이며, 대학에서는 자율적 학습권 보장이라는 명분으로 전공학점을 대폭 축소하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교육현장에서는 기초가 부족한 학생을 받아 부족한 기초를 보충하기위한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과학 선도국들이 AI시대에 수학천재를 주목하고 수학교육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추세와 정 반대의 상황으로, 쉬운 수학을 통해 만들어질 '미래역량'이 우리의 과학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심각하게 우려는 상황이다. 기술 선도국들의 발전속도를 감안할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박영철 한국전자파학회 회장·한국외국어대학교 반도체전자공학부 교수 ycpark@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