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열린 한중 비즈니스포럼에선 총 9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우리 소비재·콘텐츠가 중국 내수시장으로 진입하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이번 MOU는 소비재(4건), 콘텐츠(3건), 공급망·신산업(2건) 부문에서 이뤄졌다. 이전과 달리 중국을 생산기지나 수출 목적지로만 보지 않고, 중국 내수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내용이 다수를 이뤘다.
특히 소비재 부문에서는 국내 기업이 중국 유통망을 활용해 중국 내 판매와 글로벌 재수출을 동시에 노리는 구조가 나타났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 국내 우수 상품을 발굴하고, 알리바바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수출을 확대한다. 단순 입점이 아니라 번역·물류·플랫폼 운영까지 연계된 방식이다. 삼진식품은 중국 현지 파트너와 어묵 매장 운영·유통·마케팅 전반을 공동 추진한다. '한국 제품 수출'이 아니라 중국 소비자를 상정한 현지 사업 모델이다. 팜스태프의 딸기 스마트팜 협력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내 생산·유통을 전제로 한 구조다. 농식품 분야에서도 내수 진입 전략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뷰티 부문에서는 파마리서치가 중국 기업과 OEM 방식으로 생산한 미세침습 치료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을 '시장'이자 '공급기지'로 동시에 활용하는 사례다.
콘텐츠 부문도 그간 판권 유통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공동 제작·IP 공동 개발이 전면에 등장했다. 즉석 포토부스 기업 서북은 중국 기업과 K-POP 아티스트 IP 기반 체험형 콘텐츠 사업을 추진한다. 헬로웍스는 숏폼 드라마·예능·영화 제작 전반에서 중국 파트너와 협력한다. 게임 분야에서도 루트쓰리는 중국 현지 라이선스 취득과 서비스 운영을 함께 추진한다. 콘텐츠를 '수출품'이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 함께 키우는 산업 자산으로 접근하는 방식읻. 콘텐츠 규제와 판호 문제로 막혀 있던 한중 협력의 우회로이자 실질적 해법으로 해석된다.
공급망·신산업 분야 협력도 이뤄졌다. 에스더블유엠과 레노보는 레벨4 자율주행과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 단순 부품 납품이 아니라 기술 단계부터 협력하는 구조다. 거성산업과 중국 기업의 친환경 나노 소재 공장 설립 역시 중국 내수 공급망 진입과 제3국 공동 진출을 동시에 겨냥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체결된 9건의 MOU를 통해 소비재, 콘텐츠 및 공급망 등 중국 거대 내수시장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산업통상부는 대한상의, KOTRA 등 유관기관과 더불어 중국 정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수시장 직접 진출과 공동 사업은 기회지만, 정책·규제·지정학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 장관이 강조한 '적극 지원' 역시 사후 관리의 중요성을 뜻한다. 단발성 MOU가 아니라 실제 매출·투자·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통상·투자·산업 정책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