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 국빈 방문 사흘째인 6일, 중국 경제 심장부인 상하이시의 천지닝 당서기를 만나 “이번 방문이 한중 관계를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그간 존재했던 일부 껄끄러운 요소들을 모두 정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일정을 소화한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상하이로 이동해 첫 일정으로 천 서기장이 주최한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천 서기장은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상하이 당서기가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입성의 '등용문'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리창 현 국무원 총리, 한정 전 상무부총리(현 국가부주석) 등이 모두 상하이 서기를 거쳐 최고 지도부 자리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세계회객청에서 천 서기장을 만나 양국 관계의 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이 강조해 온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경제와 문화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 영역에 이르기까지 양국이 협력할 분야는 참으로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로 '민생 경제'를 꼽았다. 이 대통령은 “중국이 수립한 '제15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의 이행 과정에 대한민국이 기여함과 동시에, 우리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제안했다.
국민 간 정서적 유대감 회복 역시 주요 화두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물질적 협력만큼 중요한 것이 양국 국민 사이의 선린 우호 감정”이라며 그간 불필요한 오해와 왜곡으로 인해 상호 인식이 악화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근거 없는 오해를 최소화하고 협력의 긍정적 요소를 극대화해 서로에게 필요한 훌륭한 이웃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한국의 고질적 현안인 미세먼지 저감 문제와 관련해 상하이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의 노력 덕분에 최근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가 많이 완화되거나 거의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됐다”며 천 서기의 행정적 성과에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상하이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상징성도 언급했다. 그는 “상하이는 오래전부터 한반도와 중국 대륙이 교류하던 핵심 거점이었다”며 “특히 국권을 상실했던 엄혹한 시기에 우리 선조들이 해방과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본거지라는 점에서 우리 국민에게는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마침 올해가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50주년이자 상하이 임시정부(청사) 설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에 이번 방문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임시정부 청사를 비롯한 독립운동 사적지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상하이시의 노력에 사의를 표하며 “국가 주권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함께 싸웠던 역사적 기록들을 보존하는 일은 미래 세대에게도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천 서기장은 “한중 양국은 뗄 수 없는 협력의 동반자”라며 지난 30여 년간 제도와 이념의 차이를 넘어 거둔 양국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두 달 전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이번 이 대통령의 답방을 언급하며 “양국 정상의 공감대에 따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천 서기장은 특히 상하이와 한국의 밀접한 경제·인적 교류 현황을 수치로 제시하며 협력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양국 무역 총량의 10%가 상하이에서 이뤄지며, 3200여개의 한국 기업과 2만7000명의 교민이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주 400편에 달하는 항공 노선과 3700명의 유학생 등 활발한 교류 지표를 공유한 천 서기는 이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 수렴해 상하이가 양국 관계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화답했다.
=상하이(중국)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