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변형균 작가, “AI시대, 방관자가 아닌 설계자가 되어야”

지난 2024년 8월 '통찰하는 기계, 질문하는 리더'를 출간하며 AI 시대 리더의 역할과 역량,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통찰을 제안했던 변형균 작가(퓨처웨이브 대표)가 최근 'AX전략 마스터클래스'와 'AI시대의 생존게임'이라는 두권의 책으로 다시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과거 KT와 BC카드에서 AI·빅데이터 관련 업무를 총괄했던 경험을 갖고 있는 변 작가는 “이 두권의 책은 하나의 거대한 파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면서 “글로벌 AI 패권의 판도가 굳히기에 들어가는 2026년, 기업과 국가가 설계자로 나서 치열한 글로벌 패권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변 작가와의 일문일답.

변형균 작가(퓨처웨이브 대표)
변형균 작가(퓨처웨이브 대표)

▲이례적입니다. 한 손에는 기업 전략서 'AX 전략 마스터클래스', 다른 한 손에는 국가 전략서 'AI 시대의 생존 게임'을 들고 오셨습니다. 왜 지금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필요한가요?

=지금은 단순한 기술 도입기가 아닙니다. 문명의 운영체제(OS)가 교체되는 'AI 대전환'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일종의 전시 상황으로 봅니다. 기업 경영자는 당장 손에 쥐어진 AI라는 신무기를 어떻게 휘두를지 고민합니다. “도입해야 한다”는 압박과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라는 막막함 사이에서요. 'AX 전략 마스터클래스'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18개 글로벌 기업의 실제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조직의 전략적 무기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무기를 가져도, 그 무기를 사용할 땅이 무너진다면 승리는 무의미합니다. AI는 우리가 매일 쓰는 검색, 내비게이션, 금융 서비스부터 의료, 전력망까지 국가 시스템을 지탱하는 신경망이 되었습니다. AI가 멈추면 국가가 멈추는 시대입니다. 그런데 그 AI의 핵심 기술과 인프라를 우리가 통제하지 못한다면? 국가가 튼튼해도 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경제는 도태되고, 기업이 잘해도 국가 인프라가 종속되면 결국 '디지털 소작농'이 됩니다. 'AI 시대의 생존 게임'은 바로 이 질문을 던집니다. AI 주권을 확보할 것인가, 기술 종속국으로 남을 것인가?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한국형 소버린 AI'의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두 책은 하나의 거대한 파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AX 전략 마스터클래스'가 '무기 사용법'이라면, 'AI 시대의 생존 게임'은 '전쟁터의 지도'입니다. 2026년이면 글로벌 AI 패권의 판도가 굳어질 겁니다. 지금 기업과 국가가 각자의 위치에서 동시에 '설계자'로 나서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타인이 만든 규칙을 따르는 처지가 됩니다. 그 절박함이 두 책을 동시에 내놓게 된 이유입니다.

변형균 작가(퓨처웨이브 대표)
변형균 작가(퓨처웨이브 대표)

▲ 'AX 전략 마스터클래스' 이야기를 먼저 해보죠. 흔히 'AI 혁신' 하면 빅테크를 떠올리는데, 책에서는 월마트, 존디어 같은 전통 기업 사례에 집중하셨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구글이나 메타에게 AI는 '전환'이 아니라 '본업'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곳에 주목했습니다. 수십 년 된 공장, 수만 명의 기존 직원, 복잡한 공급망. 이런 무거운 레거시를 끌어안고도 AI 시대에 승리할 수 있는가? 이게 한국 기업 대부분이 직면한 진짜 질문이니까요. 수십 년 된 공장, 수만 명의 기존 직원, 복잡하게 얽힌 공급망. 이런 '무거운 짐'을 진 채로 AI 전환에 성공한 기업이야말로 진짜 배울 가치가 있습니다.

월마트를 보시죠. 2015년만 해도 '죽어가는 공룡'이었습니다. 아마존이 이커머스를 집어삼키고 있었고, 4700개 오프라인 매장은 거대한 부채처럼 보였죠. 그런데 월마트는 역발상을 합니다. “아마존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게 뭐지?” 바로 전국에 깔린 물리적 거점이었습니다. 이 '부채'를 'AI 로봇이 움직이는 풀필먼트 센터'로 바꿔 주문당 배송비를 40%나 절감했습니다.

존디어는 더 극적입니다. 약 190년 된 트랙터 회사가 '농업 AI 플랫폼'이 됐으니까요. 진짜 경쟁력은 트랙터 기계가 아니라, 77만 5000 대 기계에서 축적된 4억 5500만 에이커의 농업 데이터입니다. 농민은 이제 '트랙터 운전사'가 아니라 AI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농장 CEO'가 됩니다.

AI 전환의 본질은 '최신 기술 도입'이 아니라 '자신만의 강점을 AI로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은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무거운 과거를 가볍게 만드는 데 성공한 이 전통 강호들입니다.

변형균 작가가 이번에 발표한 'AX전략 마스터클래스(왼쪽)'와 'AI시대의 생존게임'
변형균 작가가 이번에 발표한 'AX전략 마스터클래스(왼쪽)'와 'AI시대의 생존게임'

▲ 책에서 AI 발전을 4단계로 구분하셨고, 현재를 '에이전틱 AI' 시대로의 전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더는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우리는 지금 2단계 '생성형 AI'를 지나 3단계 '에이전틱 AI(Agentic AI)'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ChatGPT는 인간이 시키는 일을 하는 '똑똑한 비서'였습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는 다릅니다. 목표만 주면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고, 실패하면 수정해서 다시 시도합니다. '도구'에서 '자율적 동료'로 바뀌는 겁니다. JP모건의 'LOXM' 알고리즘이 좋은 예입니다. 단순히 “이 주식 사”라는 명령을 실행하는 게 아닙니다. “고객에게 최적의 가격으로 체결하라”는 목표를 받으면, 시장 상황을 분석하고, 주문을 쪼개는 전략을 수립하고, 체결 타이밍을 자율적으로 결정합니다.

여기서 리더의 핵심 과업이 나옵니다. 바로 '선 긋기'입니다. 무엇을 기계에 위임하고, 어디서부터 인간이 통제할 것인가. JP모건은 수백 개의 AI 모델이 거래를 실행하지만, 최종 리스크 판단 권한은 인간에게 남겼습니다. 이것이 '켄타우로스 모델'--인간의 판단력과 기계의 실행력을 결합한 구조입니다. 따라서 에이전틱 AI 시대의 리더는 '시스템 아키텍트'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을 도입하는 능력보다, 인간과 기계의 역할과 책임을 재설계하는 능력이 리더십의 척도가 될 것입니다.

변형균 작가(퓨처웨이브 대표)
변형균 작가(퓨처웨이브 대표)

▲ 시선을 국가 전략으로 돌려보겠습니다. 책에서 '소버린 AI(AI 주권)'를 강조하셨는데, 일각에서는 “미국 모델 성능이 더 좋은데 굳이 막대한 돈을 들여 국산 모델을 고집할 필요가 있나?”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건 평시(平時)의 논리입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전력·통신·금융·의료 등 국가 시스템을 지탱하는 중추 신경망입니다. 만약 국제 정세가 급변하거나 기업 정책 변화로 해외 모델의 API가 끊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국가 기능 자체가 마비됩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소버린 AI'라고 하면 '한국판 챗GPT' 같은 국가대표 모델 하나를 만드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시는데,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게 소버린 AI의 전부는 아닙니다.

자동차로 비유해 봅시다. 우리가 아무리 성능 좋은 국산 엔진(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했다고 해도, 그 차가 달릴 도로(클라우드 인프라)를 남이 통제하고 있고, 연료(데이터)를 남의 저장소에서 가져와야 한다면, 그 차는 우리가 원할 때 우리 마음대로 달릴 수 없습니다. 이게 무슨 주권입니까?

진정한 소버린 AI는 모델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넘어, 그것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프라, 그리고 데이터를 다루는 거버넌스까지 포함하는 '풀 스택(Full Stack)'의 통제권을 의미합니다. 만약 국산 모델이라도 해외 클라우드 위에서만 돌아간다면 그건 반쪽짜리 독립입니다.

제가 말하는 소버린 AI는 국수주의가 아닙니다. '통제권(Control)'입니다. 평소에는 성능 좋은 글로벌 모델을 쓰더라도, 위기 시 즉시 우리 데이터와 독자 모델로 갈아탈 수 있는 '스위치(Switch) 능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야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을'이 되지 않습니다. 기술 종속은 곧 국가 안보의 구멍입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것이 진짜 소버린 AI의 핵심입니다.

▲ 그렇다면 한국의 구체적인 승부수는 무엇입니까? 미국이나 중국 같은 거인들과 자본으로 정면 대결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데요.

=맞습니다. 하드웨어 물량전으로 가면 우리는 필패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비대칭 전략(Asymmetric Strategy)'입니다. 거인이 갖지 못한 '속도'와 '신뢰'가 한국의 무기입니다.

첫째, '서비스의 전쟁'으로 전장을 옮겨야 합니다. 거대 언어 모델(전기)은 수입하더라도, 이를 현장 문제에 적용한 AI 서비스(가전제품)는 우리가 수출해야 합니다. 한국이 강한 제조·금융·의료 분야는 AI를 적용할 실전 무대가 풍부합니다.

둘째, '1인 유니콘' 전략입니다. AI 툴체인을 활용하면 이제 개인 한 명이 과거 수십 명분의 일을 해내는 'Power of One' 시대가 열렸습니다. 거대 기업 하나보다, 기민하게 움직이는 수만 개의 마이크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게릴라식으로 타격하는 것이 한국형 승리 공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신뢰(Trust)'입니다. 기술은 사 올 수 있어도 신뢰는 사 올 수 없습니다. 투명성, 공정성, 안전성을 보장하는 'Made with Trust in Korea'를 국가 브랜드로 만들어야 합니다. 성능 경쟁이 아닌 '믿을 수 있는 AI'라는 새로운 시장을 우리가 선점하는 것, 그것이 가장 강력한 승부수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한 제 답은 아주 단순합니다. “방관자가 되지 말고, 설계자가 되십시오.” 기업 리더라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AI를 그저 도입하고 있는가, 아니면 AI와 함께 비즈니스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있는가?”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26년,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섭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규칙을 만드는 '주권 국가'가 될 수도, 타인이 만든 규칙을 따르는 '종속 국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술은 중립적일지 몰라도, 그 기술을 설계하는 의도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질문하고, 선택하십시오. 그리고 설계하십시오. 그 순간부터 우리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는 대상이 아니라, 그 파도를 타고 넘는 주체가 될 것입니다.

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