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 발표를 앞두고 보험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흑자 및 영업력 개선에도 이익의 상당 부분을 해약환급금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는 구조 탓에 주주환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말 결산 발표시 배당이 가능한 보험사는 5개사 이하로 소수에 그칠 전망이다. 상장 보험사 대부분이 흑자를 달성하고 있지만 배당은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보험사에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영향으로 해석된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 계약자가 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지급해야 할 환급금을 보험사가 사전에 적립하도록 유도한 제도다. 지난 2023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함께 보험사에 적용되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는 계약자 보호를 위해 도입됐지만 배당이 제한되는 부작용이 발상하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는 구조로, 준비금 적립 규모가 커질수록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에서 차감되는 금액이 확대돼 배당 여력은 축소된다.
보험업계 전체 해약환급금 준비금 규모는 작년 상반기 44조1000억원으로 2024년말(38조300억원) 대비 약 6조원 상승했다. 연말을 기준으로는 5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신규 영업을 할수록 계약자가 중도 해지할 위험도 커지기에, 보험사가 쌓아둬야 하는 준비금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소위 배당주로 여겨졌던 보험주에 배당 여력이 악화되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코리안리 등을 제외한 상장 보험사 대다수가 회계제도 전환 이후 주주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신계약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도 배당은 제한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추가적인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계약 건당 해지시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에서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건전성비율(지급여력·K-ICS비율)이 190% 이상인 보험사가 해약환급금준비금을 80% 수준만 적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는데, 작년 해당 건전성 기준을 170%로 한차례 하향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연마다 10%p씩 건전성 기준을 완화해 최종 130%까지 하향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비율을 현행 80%보다 낮추거나, 완화 주기를 1년에서 6개월 주기로 축소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미 금융당국이 장기적인 규제완화 계획을 발표한 상태기에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에선 신규 영업을 할수록 쌓아야 하는 준비금이 커져 배당 재원이 축소되는 구조”라며 “배당 재개를 위한 금융당국 규제 완화가 한차례 있었지만, 실효성 있는 추가 완화가 없다면 올해도 대부분 보험사 배당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