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지방과 전쟁'이라더니…美 보건부 “치즈·우유·적색육 많이 드세요”

미 심장협회 “지방함량 높은 동물성 식품 섭취 제한 권장”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 영양 지침을 뒤집고 적색육, 치즈, 우유를 권고 식품 상단에 올렸다. 다만 '포화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한 보건부가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식단을 권고해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은 브룩 롤린스 농무부 장관과 2025~2030년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5년마다 지침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번 지침은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설탕이 많이 함유된 가공식품을 피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진짜 음식을 먹으라는 것”이라며 “새 지침이 식문화를 혁신하고 미국인을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발표한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 사진=미 농무부(USDA)
2026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발표한 미국인을 위한 식단 지침. 사진=미 농무부(USDA)

식품 가이드라인은 역피라미드 형태로 시각화해 제공됐다. 상단에는 붉은 고기(적색육)와 치즈, 채소가 배치됐으며, 하단에는 통곡물 식품이 자리했다. 비율이 작을뿐 통곡물 식품도 섭취 권장 식품이다.

이는 과거 곡물, 채소, 단백질, 과일을 거의 같은 비율로 담고 유제품은 소량만 섭취하도록 했던 식판 모양의 가이드라인 '마이플레이트'(MyPlate)와는 확연히 다르다.

새 지침은 매 끼니에 단백질 섭취를 강조하며, 체중 1㎏당 하루 1.2~1.6g의 단백질을 섭취를 권장한다. 또 기호에 따라 단백질에 소금, 향신료, 허브를 첨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엔 권장했던 일일 단백질 섭취량 0.8g의 최대 두배 분량이다.

또한 알코올 섭취 제한도 변경됐다. 기존에는 여성 하루 1잔, 남성 2잔을 넘지 않도록 제한했지만,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 알코올 섭취량을 줄이라는 모호한 지침을 내렸다. 다만 약물을 복용하거나 임산부, 섭취량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완전히 피하라고 권고했다.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초가공 식품을 피하라는 권고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이번 지침과 함께 “올리브 오일을 권장하며, 버터나 소기름도 좋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전 지침에 있던 우유가 저지방 또는 무지방이었던 것과 달리 이번 지침에서는 전지방(full-fat)으로 바뀌었다.

소기름(牛脂·Beef Tallow)은 케네디 장관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ke America Healthy Again·MAHA) 정책을 추진하며 가장 강조한 식품 중 하나다. 소기름은 불포화지방이 많은 식품이지만 동시에 포화지방도 다량 포함돼 있다.

케네디 장관은 그간 '포화지방과의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식단이 오히려 포화지방 섭취량을 늘리고 심혈관 질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심장협회(AHA)는 초가공식품 자제를 권고하는 전반적인 식품 가이드라인에 동의한다면서도 “소금 조미료 사용 및 붉은 육류 섭취에 대한 권장 사항이 소비자들이 의도치 않게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인 나트륨과 포화지방의 권장 섭취량을 초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가이드라인은 전지방 유제품을 강조하지만 심장협회는 저지방 및 무지방 유제품 섭취를 권장하며 이는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당국에 단백질 적정량에 대한 추가 연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해당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식물성 단백질, 해산물, 저지방 육류를 우선적으로 섭취하시고 심혈관 질환 위험 증가와 관련된 적색육, 버터, 라드(돼지기름), 탈로(소기름) 등 지방 함량이 높은 동물성 제품의 섭취를 제한하시기를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