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머노이드 로봇용 액추에이터가 부품 업계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이나 근육이 되는 부품이다. 로봇을 움직이는 핵심이기 때문에 휴머노이드 로봇 성장에 발맞춰 수요 급증이 예상되자 전문 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먼저 로봇 액추에이터 사업화를 새롭게 가시화하는 곳은 삼성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CES 2026'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근 모터업체 알파 인더스트리즈에 투자한 것을 비롯해 액추에이터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이라며 “글로벌 휴머노이드 기업들과 부품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기판,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 등 서버·스마트폰·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부품을 만드는 회사다. 장 사장은 지난해 CES에서 미래 성장 분야로 인공지능(AI)·로봇·에너지를 꼽은 바 있는데, 올해는 로봇용 액추에이터로 구체화했다.
현대모비스도 로봇 액추에이터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액추에이터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데 이어 CES에서 성과를 공개했다. 현대차그룹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사람처럼 부드럽게 움직이는 '아틀라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는데, 여기에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액추에이터가 탑재됐다.
오세욱 현대모비스 로보틱스사업추진실 상무는 CES에서 풍부한 양산 경험과 제조 노하우를 중국 경쟁사 대비 차별점으로 내세우며 “세계적으로 생산 라인과 사후서비스(AS) 공급망이 구축돼 있어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휴머노이드를 준비 중인 삼성전자도 액추에이터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에서 로봇 개발을 총괄하는 오준호 미래로봇추진단장이 액추에이터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오 단장은 지난해 한 행사에서 “액추에이터는 휴머노이드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다양한 종류의 액추에이터를 연구 중”이라며 “(이를 통해) 여러 형태의 휴머노이드 폼팩터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액추에이터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부품은 아니다. 물건을 짚거나 구부리는 동작을 하는 데 필수적으로 쓰였다. 그런데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대기업들이 앞다퉈 전면에 나서는 건 중요성과 시장성이 높아져서다.
로봇 부품 업계 관계자는 “집게 형태의 그리퍼가 부착된 휴머노이드에는 50개, 20축 핸드(손)가 장착된 휴머노이드에는 액추에이터 90개가 탑재된다”며 “액추에이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휴머노이드 상용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동작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인 데다, 탑재 숫자도 많아 원가 경쟁력에 직결되는 만큼 사업화에 뛰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까지 로봇용 액추에이터 공급은 전문 기업들이 담당해 왔다. 대표적인 기업은 로보티즈로, 회사는 1999년 설립 이후 액추에이터 사업에 집중해 왔다. 미국 테슬라와 구글, 중국 유니트리 등에 액추에이터를 공급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로보티즈는 액추에이터 수요 증가에 우즈베키스탄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피지(SPG)도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에스피지는 모터와 감속기 전문 업체다. 부품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산 제품 대비 무게를 10% 이상 낮추고, 정밀도는 2배 향상한 액추에이터를 개발했다. 이밖에 에스비비테크와 하이젠알앤엠 등도 액추에이터 전문 기업에 속한다.
전문 기업들이 시작한 액추에이터 시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기회를 노리는 대기업들이 가세해 산업 생태계가 성장하고 확장할 지 주목된다. 시장 격돌이 예상되지만, 인수합병(M&A)이나 기술 융합 등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격변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4년 32억8000만달러에서 2032년 660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