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82〉 [AC협회장 주간록92] RWA 규제 파고...AC·VC LP 전략 다시 설계할 때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82〉 [AC협회장 주간록92] RWA 규제 파고...AC·VC LP 전략 다시 설계할 때

국내 금융권에 바젤Ⅲ 규제는 스타트업 투자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은행을 포함한 금융사들이 위험가중자산(RWA:Risk Weighted Assets) 관리를 이유로 벤처펀드 출자를 급격히 줄이기 시작하면서, 펀드레이징 시장에 '유동성 쇼크'에 가까운 후폭풍이 확산되고 있다. 2023년 은행들의 벤처펀드 출자액은 8000억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3000억원 수준으로 추락했다. 전체 출자자(LP) 중 은행 비중은 5.2%까지 하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단기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RWA 관리 강화와 자기자본 비율(BIS) 제고를 금융기관에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는 벤처펀드 출자에 대해 400%는커녕 1000% 이상 가중치를 적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벤처펀드를 '고위험 자산'으로 일괄 분류하는 회계 해석과 규제 프레임은 민간 LP 출자 회피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벤처캐피털(VC)과 AC(액셀러레이터) 펀드 결성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자금 유치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초기기업 투자 여력도 줄어들고,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이 미친다. 특히 중소형 VC나 지방 기반 AC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으며, 일부는 기존에 접근하지 않았던 지자체나 협회, 기업 LP 등으로 타깃을 넓히며 '필사적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RWA 규제 완화를 바라기보다 AC와 VC 스스로 LP 유치 전략을 다변화하고 구조화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첫째, 지방정부 및 공공기관과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일부 지방펀드에 RWA 가중치 예외 조항을 적용해냈고, 이를 통해 지역 중심 정책펀드 결성 가능성이 입증됐다. 이처럼 정부 관여도가 높은 펀드에 한해 RWA 가중치를 낮추는 유연한 해석을 확보하면, 지역 기반 LP 유치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

둘째, 민간 LP 풀의 전략적 확대가 시급하다. 산업별 기업, 협회,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중견기업 등은 기술 트렌드 파악과 신사업 진출이라는 전략적 목적을 갖고 있어 벤처펀드 출자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이들을 LP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단순 수익률이 아닌 전략적 기여모델을 설계하고, 커스터마이징된 펀드 구조를 제시해야 한다. AC는 초기기업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특정 산업군에 맞춘 시드·시리즈A 공동사업 개발형 펀드를 설계할 수 있다.

셋째, 정책기관 LP 확장과 역할 재정의가 요구된다. 한국벤처투자, 성장금융,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은 그동안 모태펀드 중심으로 제한된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이제는 모펀드-자펀드 구조를 넘어 LP 간 공동 펀드 결성 및 산업 맞춤형 펀드 구성을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처별 특화 정책펀드 출자 요건 유연화, 금융위-중기부 간 협의체 구성, RWA 기준 해석 통일 등 정책 정합성 확보도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안이 단지 VC 업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간 LP 철수는 결국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뿌리를 흔드는 문제다. 정부는 모태펀드 확대를 통해 버티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 해결이 아닌 편중 리스크를 키우는 대응일 뿐이다. 실질적 자율성과 다양성을 갖춘 민간 LP 생태계를 회복하려면, RWA 기준 과잉 해석을 완화하고, LP 구조 다변화를 제도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결국 한국 창업 생태계는 '돈'보다 '구조' 문제에 직면해 있다. 자금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시장에 닿지 못하게 만드는 제도 경직성과 해석 과도함이 문제의 본질이다. AC와 VC는 더 이상 금융사만을 바라보는 LP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 산업계, 지역사회, 정책기관 등 다양한 주체와 연합해 새로운 자본 조달 생태계를 재구축할 때다.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변화'다. 스타트업이 유연하게 시장을 개척하듯, 이제 AC와 VC도 유연한 LP 전략으로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민간과 정책, 중앙과 지역, 수익과 전략을 아우르는 LP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모험이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