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에 뛰어든다. 반도체 관련 업체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기업들까지 가세하고 있다. 한국, 대만, 일본, 미국이 준비하던 유리기판 시장에 중국이 가세, 각축전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3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비전옥스가 올해부터 유리기판 투자를 본격 개시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소부장 기업과도 기술 개발을 협의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비전옥스가 반도체 유리기판을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며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인쇄회로기판(PCB) 기업인 AKM미드빌도 유리기판 공급을 준비 중이다. 이미 시제품(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한 상태다. AKM미드빌은 매출 기준 글로벌 상위 20개 PCB 기업 중 하나다. 고밀도상호연결기판(HDI) 분야에서는 세계 8위로 꼽힌다.
외주반도체패키징기업(OSAT)인 운천반도체 역시 반도체 유리기판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운천반도체는 화웨이 공급망에 진입했을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강소기업이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를 유리로 대체한 제품이다. 반도체 패키지 성능과 품질을 끌어올릴 수 있어 차세대 기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AMD·인텔·브로드컴·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반도체 기업과 빅테크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중국 기업이 유리기판 시장에 뛰어든 것도 미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유리기판 수요가 늘 것으로 관측돼서다. 앞서 중국 디스플레이 1위인 BOE도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을 시작했다. 디스플레이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토대로 반도체 시장까지 저변을 확대하려는 시도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주요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반도체 유리기판에 투자하고 있다”며 “유리를 다뤘던 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유리기판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서 국가 간 시장 쟁탈전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유리기판 경쟁은 우리나라와 대만, 일본, 미국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 앱솔릭스(SKC 자회사)·삼성전기·LG이노텍이, 대만은 TSMC·유니마이크론, 일본 DNP, 미국 인텔 등이 핵심 플레이어로 꼽힌다.
중국 기업은 막강한 자본력과 속도전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리기판 미세 균열 등 기술 허들을 먼저 파악하고, 개선 작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규모가 만만치 않아 향후 상용화 시 가격 경쟁력 등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소부장 업체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경쟁사와 달리 유리기판 제조 공정을 한번에 구축하며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대규모 물량이 쏟아질 경우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