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할머니는 왜 청소기 전원 버튼만 누를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1/16/news-p.v1.20260116.7a7e68b234c9461c9dc9e70dd46eaa43_Z1.png)
최근 출시되는 국내외 가전 기업의 프리미엄 제품은 인공지능(AI)과 첨단 센서, 초연결을 앞세워 '똑똑함'을 뽐낸다. 그러나 정작 그 똑똑함에 다가가는 길은 지난하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제품 박스를 열면 두툼한 매뉴얼 대신 덜렁 'QR코드' 안내문 한 장이 들어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남녀노소 알아서 웹에서 스스로 공부하라는 식이다.
제조사는 '종이 절감'과 '디지털 전환'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소비자, 특히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에게 이는 거대한 진입 장벽이다. 최신 가전을 사고도 복잡한 AI 모드 대신 전원 버튼만 눌러쓰는 '반쪽짜리 소비'가 일어나는 이유다. 기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설명이 소비자의 눈높이를 떠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디지털 설명서보다 소비자가 힘들게 번 돈으로 구매한 제품을 종이 설명서를 활용해 기능을 살펴보며 학습하고 싶다는 소비자 관점도 기업의 환경 보호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논리 앞에서 무력화된다.
제품은 명품을 지향하면서, 서비스는 '셀프'를 강요한다. 음식물처리기부터 공기청정기까지, 가전은 말을 잃고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들고 헤맨다. 새해에 자식이 기쁜 마음으로 사준 최신 청소기의 다양한 기능 중 청소기 기능만 줄곧 쓰는 우리네 할머니의 모습이 이와 같다.
AI 시대, 기술의 진화 속도는 가파르다. 하지만 모든 소비자가 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혁신도 좋지만, 가장 기본인 '친절함'을 원가 절감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닌 지 묻고 싶다.
스마트한 가전이 진짜 스마트하려면, 소비자 눈 높이에서 설명하는 방식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고객은 기업에 맞춰야 하는 대상이 아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만큼 '친절'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T톡]할머니는 왜 청소기 전원 버튼만 누를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1/16/news-p.v1.20260116.c2dd48ab40844ba38497075a841cad11_P1.png)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