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유리기판 가세, 결국 기술로 따돌려야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만, 일본, 미국이 초반 각축하고 있는 반도체 유리기판 시장에 중국이 발을 들였다고 한다. 어느 분야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이면 경쟁은 필연적이지만, 자본·기술 측면에서 중국의 가세가 향후 반도체 유리기판 경쟁구도에 어떤 영향을 낳을지 벌써부터 글로벌 이목이 집중된다.

잘 알려진대로 유리기판은 주로 플라스틱 기판을 써온 반도체 공정의 차세대 기판기술로 주목 받고 있다. 기판에 소자나 회로를 집적하는 패키징 성능과 품질을 극대화할 수 있어 인공지능(AI)칩 기판의 대안으로 부각됐다.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 포함 리딩 국가들의 기술개발 레이스가 뜨겁다. 여기에 우리나라 반도체와 길어야 1년에서 1년반 가량의 기술 격차밖에 나지 않는 중국이 뛰어든 것은 중요한 상황 변화로 읽힌다. 대량 생산·활용에 능한 인프라까지 고려한다면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은 범용 반도체 제조는 물론 유리기판 기술의 정수라 불리는 유리 가공기술에서 뛰어나다. 특히 첨단 기판기술의 시험대할 수 있는 인쇄회로기판(PCB), 고밀도상호연결기판(HDI) 등에서 그야말로 막강한 배후 생산기지를 보유한 상태다.

여기에 중국 정부 차원의 전략적 선택까지 더해진다면 유리기판 글로벌 생태계는 경쟁도 경쟁이지만 교란이란 위기로 빨리들 수 있다. 본격 상용화에 들어가더라도 막대한 공정 투자가 수반돼야 하지만, 중국은 경쟁국과는 완전히 다른 규모와 구조를 갖고 있음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아직은 기술개발 착수에 가까운 단계이고, 상용화 또는 범용화까진 넘어야할 과제도 많다. 한국, 일본, 미국, 대만 조차 아직은 기술적 허들을 세우기 보단, 넘어야하는 입장이다. 그간 새로운 주류 기술이 등장하기까지 역으로 중국이 기술적 한계를 돌파해 다른 국가에 전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AI 반도체 기판으로 세를 키워가는 유리기판 분야에서 우리 기업까지 연결된 중국 유리기판 공급망 흐름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 대만은 유리기판 분야 또한 절연의 길을 계속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다.

아무리 촉망 받는 유리기판 기술 경쟁이라고 하지만, 냉혹한 국제질서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형국이다. 국제질서를 뛰어 넘는 가장 확실한 무기는 기술력이다. 중국이 어떤 공세를 펴더라도 그것을 잠재울 수 있는 방도는 가격이 아닌, 확실한 기술 격차에 있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