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아내가 사전 상의 없이 식기세척기를 구매했다는 이유로 남편이 집안을 부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남부 광둥성의 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 A씨는 지난 8일 소셜미디어(SNS)에 남편과의 갈등 상황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A씨는 겨울철 찬물로 설거지하는 것이 힘들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1500위안(약 31만원) 상당의 식기세척기를 구매했다. 그러나 남편에게 이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고, 설치 기사가 집을 방문한 뒤에야 남편은 구매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은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면 수도세와 전기요금 부담이 커진다”며 즉각 주문 취소와 반품을 요구했다. 반면 A씨는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를 거부했고 이 과정에서 말다툼이 격화됐다.
결국 남편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실 가구와 집기류를 던지고 부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였다. 영상에는 어질러진 집 안과 파손된 가구들이 그대로 담겼다. A씨는 남편의 행동에 충격을 받고 집을 나와 거리를 배회하다 인근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영상에서 “왜 식기세척기를 사는 데 허락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눈물을 보였고, “남편은 설거지를 전혀 돕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다만 자신이 지난해부터 질병으로 일을 하지 못했고, 남편이 상당한 채무 부담을 안고 있다는 점이 갈등의 배경이 됐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부부는 두 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으며, 남편의 월급은 약 1만1000위안(약 23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씨는 다음 날 식기세척기를 반품했고, 남편은 전화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해당 영상이 확산되자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어떤 이유로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아내가 너무 불쌍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가정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소비도 문제”라며 남편을 옹호하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중국 산시성 시안의 가족법 전문 변호사 케다니는 SCMP 인터뷰에서 “부부 모두 소통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족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소비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재산을 파손하는 행위는 명백한 가정 폭력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