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가 입법 단계에 들어서면서 중소 K뷰티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새로운 규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책임과 비용이 책임판매업자에게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화장품법 개정을 통해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 규제 수준에 맞춰 국내 화장품의 안전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식약처는 현행 제도가 '판매 후 관리' 중심으로 운영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사전 안전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제도 도입 필요성으로 제시했다. 또, 책임판매업체 수가 지난 2013년 약 3900개소에서 2024년 약 3만2000개소로 8.2배 증가하고, 화장품 원료도 2019년 약 6600개에서 2023년 약 1만1000개로 1.7배 늘어난 만큼 안전관리 책임과 역량의 선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조치가 해외와 호환되지 않을 경우 중복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유럽의 '화장품 제품 알림 포털(CPNP) 신고', 영국의 '화장품 제품 신고 제출(SCPN) 등록', 미국의 '화장품 규제 현대화법(MoCRA)' 등 국가별 안전성 등록을 거쳐 수출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임 구조 불균형'은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원료 검증, 제형 안정성, 미생물 시험, 보존력 시험 등 안전성 관련 데이터는 모두 제조 과정에서 생성된다. 하지만 이번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는 법적 책임과 행정 의무, 나아가 형사처벌 위험까지 책임판매업자가 부담하도록 설계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데이터를 직접 생성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주체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식약처가 제시한 제도안에 따르면 책임판매업자는 화장품 판매 전 '화장품이 안전함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안전성 평가 자료)'를 작성·보관해야 한다. 이 자료는 자격을 갖춘 안전성 평가자가 검토·승인하는 구조다.
비용 부담도 적지 않다. 품목당 방부력·중금속·미생물 시험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든다. 기능성이나 마케팅 문구를 활용하려면 별도 광고 실증 임상에 수천만원이 추가된다. 중소 브랜드는 제품 하나만 대상이 돼도 사업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업계는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중소 책임판매업자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식약처가 정책설명회와 지역협회 간담회를 통해 의견수렴을 진행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그쳤고 실질적인 이해관계자 협의 구조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노석지 인핸스비 대표는 “K뷰티 성장은 수많은 중소 책임판매업자의 도전에서 나왔다”면서 “데이터 국제 호환성 확보, 제조사와 책임판매업자 간 책임 분담, 비용 구조 개선, 실질적인 협의가 병행되지 않으면 안전성 제도는 산업 보호가 아니라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