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사후비용 인상, 옳은 선택이다

정부가 10년 넘게 동결됐던 원자력발전(원전) 사후처리 비용을 현실화해 높이기로 한 것은 여러모로 잘한 결정이다. 당장의 부담이 높아지기는 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미래세대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세대간 갈등 조정 의미도 담겼다.

2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방사성폐기물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27일부터 바뀐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및 사용후핵연료관리부담금 등 산정 기준에 관한 규정'이 시행된다고 한다. 연간 원전 사후처리비용이 8000억원에서 37% 가량 오른 1조1000억원으로 책정된다.

핵심인 사용후핵연료 관리부담금은 경수로 방식은 92.5%로 배 가까이 오르고, 중수로 방식은 9.2% 인상된다. 해마다 쌓이는 방사성 폐기물 관리비용도 2021년 대비 8.5% 인상된다.

이렇게 연간 증액되는 3000억원은 국가 재정이나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독점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충당부채 등의 형식으로 부담하게 된다. 그간 국회에선 한수원의 원전 사후처리 충담금이 실제 드는 규모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지적이 줄곧 있어왔다.

따라서 원전 사후처리 비용 산정기준 변경과 인상은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원전 수용성을 높이는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당장 가장 값싼 발전원이란 구실보다는 조금 더디더라도 가격을 현실화함으로써 경제성 높은 발전원으로서 인식을 넓혀 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실제, 사후처리비용 현실화를 통해 원전 발전단가는 2024년 기준 1㎾h당 약 66.3원에서 kWh당 2~3원(3~5%) 오른다고 한다. 물론, 한번으로 완전히 현실 수준까지 맞춰지진 않지만, 정부는 앞으로 2년 마다 재검토한다고 하니 서서히 올라가는 추세가 될 것이다.

이런 행보는 국제적 표준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지난해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가 신규 원전 건설 때 사후처리 비용까지 반영시키는 국제합의안 마련에 착수한 것에서 알수 있다. 이제는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 건설 비용 뿐만 아니라 사후 처리 비용까지 담는 것이 국제기준화 된다는 의미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원전에 대한 정책적 시각을 실용적 방향으로 미세 조정하는 과정으로도 읽힌다. 원전을 둘러싼 사후 비용, 경제성 등을 현실화하면서 맞춰가다보면 산업적 필요성도 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040년까지 전력 수급 계획을 담을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이런 변화된 정책 시각이 반영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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