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한국 학생들의 수학 학습 구조]③잘해도 불안한 수학 “정답률 높지만 자신감은 낮았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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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플러스][한국 학생들의 수학 학습 구조]③잘해도 불안한 수학 “정답률 높지만 자신감은 낮았다”

한국 학생들에게 수학은 대학이라는 산을 넘기 위해 반드시 '정복'해야 하는 과목으로 꼽힌다. 그러나 성적과 달리,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학생은 드물다. 에듀플러스는 프리윌린의 최근 2년간 전국 단위 초·중·고 수학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세대 데이터사이언스 학회(Data Science Lab·DSL)와 함께 '수학 성취도와 자기 효능감'을 분석했다. 그 결과 수학 성취도가 높아도, 수학을 못 한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데이터 분석 결과, 수학 성취도와 자기 효능감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세대 DSL은 학생들의 성취도와 자기 효능감의 관계를 살펴봤을 때, 성적이 오른다고 자신감이 함께 높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회귀 분석과 비선형 분석(LOESS)을 통해 두 지표의 관계를 살펴본 결과, 상관관계는 전반적으로 연결고리가 약했다. 자기 효능감이 높아질수록 성취도가 함께 상승하는 패턴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

분석팀의 데이터 군집 분석에 따르면, 정답률은 높지만 자기 효능감이 낮은 학생군이 별도로 발견됐다. 분석팀은 해당 집단이 수천 명 규모로 확인돼 단순한 예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정답을 맞혀도 정말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자신이 없고, 다음 시험에서 틀릴까 봐 불안해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세대 DSL은 “상위권 학생들과 하위권 학생들의 자기 효능감에 대해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굉장히 다른 위치에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첩이 많았다”면서 “이것은 성취도가 높아도 낮은 효능감을 가진 학생들이 확실히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성취도가 자신감으로 연결되지 않고, 자기 효능감을 낮게 느끼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박세현 연세대 DSL 파트장은 “결과를 보면서 상당히 의외라고 느꼈다”면서 “성취도가 높은 학생일수록 오히려 자신감이 더 높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분석에서는 그와 반대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연세대 DSL은 이 같은 경향을 학습 수준이 높아질수록 불안할 수밖에 없는 교육 환경의 구조를 원인으로 꼽았다.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지속적으로 요구되는 고난도 문항과 높은 평가 기준은 이들이 자신의 성취를 있는 그대로 체감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에듀플러스][한국 학생들의 수학 학습 구조]③잘해도 불안한 수학 “정답률 높지만 자신감은 낮았다”
[에듀플러스][한국 학생들의 수학 학습 구조]③잘해도 불안한 수학 “정답률 높지만 자신감은 낮았다”

이 같은 현상은 학생 개인을 넘어 지역 단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성취 수준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자기 효능감이 성적과 비례하지 않은 경우가 관찰됐다. 분석팀은 성취 격차가 크게 나타나는 지역일수록 성취와 자신감이 연결되는 구조가 약해진다고 봤다. 경쟁이 치열하고 학생 간 비교가 일상화된 환경에서는 성취 기준이 다른 학생에게 맞춰지기 때문에 성적이 좋은 학생도 끊임없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사교육과 공교육 간 학습 방식의 차이가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터에 따르면, 사교육에서는 문제 풀이량이 상대적으로 많았지만 공교육은 학습량을 확보하는데 제약이 있었다. 반면 고등학교부터는 공교육 문제 난이도가 중학교보다 높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학습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요구 수준만 강화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집중된다. 중학교까지는 문제 난이도가 완만하고 반복 학습을 통한 성취 경험을 쌓을 여지가 있었지만, 고등학교부터는 공교육 중심의 수학 학습에서 난이도가 높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학습량은 난이도와 비례해 늘어나지 않았다.

분석팀은 난이도와 학습량의 비대칭 구조가 고등학교 전환기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봤다. 충분한 문제 풀이 연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고난도 문제를 풀게 되면, 쉽게 좌절하고, 이전 성취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1 수포자' 현상 또한 개인의 역량과 의지의 문제라기보다 학습 구조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분석 결과는 학교 현장 내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성취를 확인하고 회복할 수 있는 학습 경험을 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교육 정책에 던진다.

권기성 프리윌린 대표는 “데이터상으로 모든 집단에서 자신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풀이량'으로 학원뿐 아니라, 학교에서도 충분한 문제 풀이 경험을 제공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권 대표는 “학생들의 학습 자신감에 영향을 가장 많이 미치는 다음 요인은 도전과 도전 지속성으로, 초·중·고 전환기일수록 진도보다 복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수업 외에도 학생들이 스스로 연습하고, 끊긴 개념을 다시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학습 도구를 제공하고 그 과정에서 에듀테크 서비스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