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중심으로 한 다기관 국제 연구팀이 디지털 병리 이미지의 진단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데이터 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적응형 압축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성학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교수와 안상정 고려대 안암병원 병리과 교수 공동 연구팀(제1저자 이종현 펜실베니아대학교 생물통계학과 박사)은 해당 기술을 '아다슬라이드(AdaSlide)'로 명명하고, 최근 연구 성과를 공개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디지털 병리 진단 확산과 함께 심화되고 있는 병원 스토리지 부담을 구조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디지털 병리 시스템을 도입한 병원의 경우, 환자 1인당 약 3~4기가바이트(GB)의 데이터가 발생하며 연간 수백 테라바이트(TB)의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 재판독과 장기 보관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진단 품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용량을 줄일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요구가 커져 왔다.
하지만 기존 압축 기술은 슬라이드 전체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암세포 등 핵심적인 세포 정보가 손상되거나, 반대로 진단 가치가 낮은 배경 영역까지 고화질로 저장하는 비효율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슬라이드 내부 영역별 중요도를 구분해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압축 플랫폼 '아다슬라이드'를 개발했다.
아다슬라이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슬라이드 내 영역을 자동 분석한 뒤, 암세포가 밀집된 진단 핵심 부위는 원본 화질을 유지하고 지방 조직이나 빈 배경 등 중요도가 낮은 영역은 고압축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처리한다. 병리 이미지 내 '정보 불균형'을 고려해, 진단에 필요한 정보 손실은 최소화하면서도 전체 용량을 크게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기술에는 31개 암종을 포함한 판캔서 데이터셋의 약 180만개 패널 이미지로 학습된 '압축 결정 에이전트'가 적용됐다. 해당 에이전트는 이미지 내 각 영역의 특성을 분석해 압축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며, 압축된 이미지는 이후 기초 이미지 복원기를 통해 분석 가능한 수준으로 복원된다.
13개 병리 진단 과제(분류·분할)로 성능을 검증한 결과, 아다슬라이드는 저장 용량을 65%에서 최대 90%까지 줄이면서도 진단 성능은 원본과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균일 압축 방식에서 문제가 됐던 세포 경계 왜곡도 크게 줄어들어, 보다 정밀한 분석이 가능했다.
이성학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진단적으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적으로 보존하는 기술은 의료 데이터의 '의미 기반 관리'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접근”이라며 “향후 대규모 병리 AI 학습 데이터 구축과 국제 공동연구 환경에서도 실질적인 효율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공동 교신저자인 안상정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디지털 병리의 확산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데이터 저장 비용 문제를 진단 정확도 저하 없이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마련했다“며 ”향후 이 기술이 병원의 의료 데이터 관리 효율을 높이는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IF 15.7)'에 게재됐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