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POSTECH) 노준석 교수 연구팀이 빛의 파장과 메타표면 층간 거리만으로 작동하는 보안 홀로그램 플랫폼을 개발했다. 해킹과 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 보안카드·위조 방지·군사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
최근 잇따른 해킹과 정보 유출 사고로 디지털 보안의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에 주목해 빛의 물리적 조건 자체를 보안 키로 활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연구 핵심은 '메타표면(metasurface)'이다. 메타표면은 종이처럼 얇은 판 위에 빛을 제어하는 미세 구조를 배열한 광학 소자다. 빛을 비추면 공중에 이미지를 재구성하는 홀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하나의 장치에 하나의 정보만 담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인공지능(AI) 신경망의 개념을 광학 구조에 적용한 '모듈러 회절 심층 신경망'을 설계했다. 빛의 전파와 간섭 현상 자체가 계산을 수행해 전원이나 전자 칩 없이도 빛만으로도 정보를 처리한다. 연구팀은 메타표면 하나하나가 이러한 신경망의 레이어 역할을 맡아 각 층을 단독으로 사용할 때와 서로 조합했을 때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도록 학습시켰다.
예를 들어 메타표면에 특정 파장 빛을 비추면 사용자 식별자 홀로그램이 나타나고, 다른 파장을 사용하면 전혀 다른 이미지가 재구성된다. 또 다른 층에서는 QR 코드 정보가 구현된다. 각 층은 단독으로도 서로 다른 정보를 담고 있는 셈이다.

이 기술의 진가는 둘 이상의 메타표면을 조합했을 때다. 두 층을 정확한 거리로 배치한 뒤 특정 파장의 빛을 비추자, 비밀번호에 해당하는 암호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파장이나 층간 거리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정보는 드러나지 않는다. 빛의 색과 거리 자체가 '물리적 비밀번호'로 작동하는 구조다.
특히, 이론적으로는 파장의 수(m)와 메타표면 층수(N)가 늘어날수록 정보 채널 수가 m(2ⁿ-1)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하나의 장치에서 구현할 수 있는 보안 단계와 정보 조합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신분증이나 여권 등의 위조 방지 라벨을 비롯해 군사·외교 보안 문서, 차세대 광통신 등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준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의 물리적 특성 자체를 보안 키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 디지털 보안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라며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오히려 물리적 보안이 가장 강력한 해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포스코 산학연융합연구소, 한국연구재단 등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재료과학 및 나노 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