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활용 국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정작 산업 경쟁력의 뿌리인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은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로봇 산업을 '활용 강국'에서 '공급망 강국'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경고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5일 발표한 '글로벌 로보틱스 산업 지형 변화와 한·일 공급망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 세계 4위, 로봇 밀도(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 세계 1위다. 하지만 로봇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산업 구조 자체는 취약한 상태다.
보고서는 한국 로봇 산업의 가장 큰 문제로 '수평적 성장 구조'를 꼽았다. 한국은 완제품과 로봇 활용 중심의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핵심 부품과 소재를 담당하는 업스트림과 미드스트림 경쟁력이 취약하다. 로봇 구동에 필수적인 영구자석의 88.8%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밀감속기·제어기 등 핵심 부품도 일본과 중국 수입 비중이 높다. 로봇 생산이 늘수록 부품 수입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반면 일본은 자원 빈국임에도, 희토류 재활용 기술, 특수강·정밀자석 등 소재 기술을 내재화하며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했다. 하모닉드라이브(감속기), 야스카와(모터) 등 글로벌 핵심 기업들이 세계 시장 점유율 60~70%를 차지하며 부품 단계에서부터 경쟁력을 쌓아왔다. 이 같은 '수직 통합형 구조'가 일본 로봇 산업의 근간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한국 로봇 산업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활용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공급망 안정화를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조립·활용 단계를 넘어 △핵심 소재·부품 공동 연구개발 확대 △탈(脫)희토류 기술 확보 △로봇·SI·사후서비스를 결합한 패키지형 수출 △보안·신뢰성을 강조한 '클린 로봇'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또 정부가 국산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분담하고, 공공 수요 창출을 통해 초기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도시광산 기반 재자원화 체계 고도화, K-로봇 패키지의 해외 레퍼런스 확보, 국제 표준과 연계된 시험·인증 체계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 무협 선임연구위원은 “로봇이 AI·제조 혁신의 핵심 인프라로 떠올랐지만, 우리는 핵심 부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다”며 “제조·활용 중심 전략에서 공급망 안정 중심 전략으로의 전환이 늦어질수록 글로벌 경쟁력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