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산업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로의 전환은 더 이상 중장기 과제가 아니라, 당장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전기·전자제품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분야에서는 '제품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를 설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떤 기준으로 증명할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소비자 인식 변화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을 고려했다'는 문구 자체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면, 최근에는 '정말 친환경 제품이 맞는지' '어떤 기준으로 검증됐는지'를 묻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기업 간 거래와 유통, 공공조달 시장에서도 친환경성은 선언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조건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린워싱 논란이 잇따르면서, 신뢰할 수 있는 기준과 제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변화 속 E-순환거버넌스(이사장 정덕기)의 E-순환우수제품 인증이 주목받고 있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전기·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자원순환성과 환경성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해 우수한 제품을 인증하는 제도다. 단순히 친환경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설계 단계부터 소재 구성과 재활용 가능성, 유해물질 관리 등 핵심 요소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검증된 근거'를 갖춘 친환경 제품으로 시장에 소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제품 단위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정덕기 이사장은 “친환경은 더 이상 선택이나 이미지의 문제가 아니라, 제품 경쟁력과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며 “E-순환우수제품 인증이 기업들이 국제 규제와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원순환과 지속가능성을 제품 단계에서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실질적인 도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규제는 기업의 제품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이다. ESPR은 2024년 7월 발효됐다. EU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의 지속가능성과 순환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제도로 평가된다.
ESPR의 특징은 기존 에코디자인 지침보다 적용 범위와 요구사항이 대폭 확대됐다는 점이다. 단순히 '에너지 효율을 높이라'는 수준을 넘어, 제품이 내구성·수리 가능성·재사용성·재활용성 등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앞으로 제품군별 세부 요건은 위임법(Delegated Acts) 형태로 순차 도입될 예정이다. EU는 2025년 4월 채택한 2025~2030년 작업계획(Working Plan)을 통해 우선적으로 다룰 품목과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디지털 제품 여권(DPP)'이다. ESPR은 DPP 도입을 통해 제품의 소재·부품 정보와 수리·재활용 관련 정보를 표준화된 형태로 제공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제품이 어떤 재질로 구성됐고, 어떻게 분해·수리되며, 사용 후에는 어떻게 회수·재활용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준비가 필수가 되는 셈이다. 친환경은 이제 '이미지'가 아니라 데이터로 설명되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에게 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자원순환성과 환경성 요소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표현할 수 있는 기준과 자료를 요구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측면에서 E-순환우수제품 인증이 선제 점검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 기준에는 △분해 용이성 △재질 구성 △재활용 가능성 △유해물질 관리 등 ESPR이 강조하는 핵심 요소와 맞닿아 있는 평가 항목이 포함돼 있다. 기업이 향후 규제 환경 변화에 대비해 관련 요소를 미리 점검하고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ESPR 영향은 유럽 수출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가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국내 시장에서도 친환경성과 순환성을 객관적으로 증빙할 수 있는 체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이 친환경을 이야기하는 방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환경을 고려했다'는 메시지만으로도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소비자와 시장이 한발 더 나아가 그 근거를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는 '무엇이 어떻게 친환경인지'를 알고 싶어 하고, 기업 간 거래(B2B)에서도 친환경성은 '선언'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조건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이 제품의 친환경성을 보다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단순한 캠페인이나 슬로건보다, 제품이 가진 친환경 요소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는 구조가 중요해졌다. 제품의 강점을 내부적으로 명확히 정리할수록 연구개발(R&D)과 품질관리, 마케팅 메시지의 일관성도 높아진다. 특히 글로벌 규제 흐름이 강화될수록, 뒤늦게 대응하기보다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흐름 속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기업과 소비자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수단이 된다. 제품의 자원순환성과 환경성을 기준에 따라 확인하고, 그 결과를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선택 기준을 제공한다. 이는 기업에게는 제품의 강점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대외적 설득력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소비자에게는 다양한 제품 가운데 더 나은 친환경 제품을 구분해 선택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된다. 결국 '검증 가능한 친환경'이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하는 환경에서, 인증은 선택이 아니라 준비의 언어가 된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단순히 인증마크를 부착하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인증을 준비하고 획득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제품의 재질 구성, 분해 가능성, 유해물질 함유량 등 핵심 요소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제품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로 이어진다.
또 인증을 통해 확보된 '검증된 정보'는 기업의 대외 커뮤니케이션에서 활용도가 높다. 친환경 제품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일수록 소비자와 유통채널, 투자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제품의 강점을 설명해야 하는데, 이때 인증은 제품의 친환경성을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신뢰 장치가 된다.
특히 친환경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고 그린워싱 우려가 커지는 최근 시장에서는 '좋다'는 주장보다 '확인됐다'는 근거가 브랜드 신뢰를 좌우하고 있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이미 현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에는 총 217개 제품이 E-순환우수제품 인증을 획득하며 친환경 제품 확산의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소비자 접점이 높은 주방가전 제품군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친환경 소비 선택지를 확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순환거버넌스 관계자는 “인증 취득은 완성형 결과라기보다 기업이 제품 설계와 생산 과정에서 자원순환성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앞으로 제품군별 개선 포인트를 보다 구체화하고, 기업이 준비 과정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제도 운영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이 기업 성과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체감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대표 사례가 'E-순환페스티벌'이다. E-순환페스티벌은 E-순환우수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참여형 캠페인으로, 인증의 의미를 일상 소비 속에서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5년 E-순환페스티벌은 연중 3회에 걸쳐 운영되며 총 4554명의 소비자가 참여했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연계해 인증제품 인지도 확산과 실제 구매 전환을 동시에 이끌었다. 행사 기간 대상 제품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참여 소비자 만족도 역시 97%를 기록하며 캠페인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증제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알릴 수 있는 실질적인 접점이 되고, 소비자에게는 '인증마크가 붙은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를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소비자 참여형 프로그램이 친환경 인증의 신뢰도를 높이고, 향후 인증 확산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가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전환하는 가운데, E-순환우수제품 인증은 기업에는 국제 규제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준비 도구가 되고, 소비자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친환경 선택 기준이 되고 있다.
ESPR을 비롯한 글로벌 규제는 앞으로 더욱 촘촘해질 전망이다. 제품 설계부터 생산, 유통,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순환성과 지속가능성이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 이제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단순한 홍보 문구가 아니라, 제품의 친환경성과 자원순환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검증 체계다.
E-순환우수제품 인증이 국내 친환경 제품의 대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인증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순환거버넌스 관계자는 “친환경이 선택이 아닌 생존이 된 지금, 제품 경쟁력의 기준 역시 '검증 가능한 지속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