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사고 이후 8년간 멈춰 있던 제 인생이, 게임을 다시 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달 초 열린 '함께하는 플레이버디' 우수사례발표회에서 만난 장애인 게이머 씨케이(iick)의 말이다. 누군가에게 게임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계기다. 장애로 인해 단절됐던 일상과 관계가 게임을 통해 복원된다.
게임은 새로운 희망이자 소통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어떤 사람들에게는 게임에 접근하는 일 자체가 여전히 장벽으로 남아 있다.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환경이다. 게임은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그 문턱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배제됐던 누군가에 대한 고민이 이제 첫발을 딛고 있다.
최근 국내 게임업계에서 시도되고 있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 개선 노력은 해법의 방향을 보여준다. 보조기기를 통해 조작의 복잡성을 낮추고 개인의 신체 조건과 플레이 환경에 맞춰 게임 경험을 재설계하는 접근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고 있다. 게임이 다시 '할 수 있는 것'이 되면서 삶의 리듬과 사회적 관계까지 회복되는 사례도 늘었다.

다만 이같은 성과가 개별 기업의 프로젝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장애 유형은 다양하고 게임 장르와 플랫폼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하나의 보조기기가 여러 게임에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은 접근성 개선의 속도를 늦추는 구조적 한계다. 개별적인 노력과 해법을 넘어 다양한 게임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접근성 표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게임 접근성 표준은 특정 집단을 위한 배려가 아니다. 더 많은 이용자를 게임 세계로 초대하는 산업 전략이자, 게임을 문화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국내 게임 산업은 충분한 기술력과 현장 경험을 축적했다.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성 설계와 표준 마련을 논의의 주변이 아닌 중심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게임 접근성은 선택이 아니다. 다음 스테이지로 향하기 위한 레벨업의 과정이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