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핀테크 시장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로 대표되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해외 결제에 특화된 핀테크 '트래블월렛'이 두각을 나타내며 판도를 흔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트래블월렛은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해외 결제 거래액은 이미 카드사를 넘어섰다. 트래블월렛의 선불충전금 규모는 카카오페이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해외 결제 서비스가 부상하고 있다.
2025년 4분기 기준 트래블월렛의 선불충전금 잔액은 약 375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카카오페이(600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1년만에 1000억원가량 늘어났으며, 해외 결제 특화 서비스가 37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모았다는 점은 해외 결제가 일상 금융에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기간 토스는 1871억원, 네이버페이는 1855억원이다. 대외 결제 출시를 앞둔 쿠팡페이는 1122억원이다. 간편결제사들이 주로 국내에서 결제가 이뤄진다면, 트래블월렛은 국내 이용자들의 해외 전용 결제 수요를 흡수했다.
트래블월렛의 선불충전금 급증은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면서 결제 방식이 바뀐 것과 맞닿아 있다. 과거에는 해외 결제를 신용카드의 부가 기능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외화를 미리 충전해 두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특히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율이 유리할 때 미리 여행자금을 충전해 두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미리 외화를 확보해 결제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여기에 트래블월렛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충전된 외화를 증권사 외화 환매조건부채권(RP) 상품과 연계해 이자도 지급한다. 국내 핀테크 기업들도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 결제 확대에 나서고 있으나, 트래블월렛이 선점한 해외 결제 인프라와 이용자 기반을 단기간에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선불충전금 규모가 핀테크 기업의 경쟁력 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선불충전금은 이용자가 현금을 미리 예치하는 구조로, 사용자의 결제·송금·적립 규모를 반영한다. 기업은 충전금에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고, 카드사에 지불하는 결제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 핀테크 기업들이 1% 내외의 적립 혜택을 앞세워 선불결제 이용을 유도하는 이유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트래블월렛의 선불충전금 규모는 해외 결제로 직결된다”며 “해외 결제도 필수 금융 선택지로 자리 잡으면서 이 시장에서 트래블월렛이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