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을 발판 삼아 미국 핵심 인사들과 전방위 네트워킹에 나섰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민간외교가 삼성의 글로벌 사업 확장과 브랜드 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삼성전자는 28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이건희 컬렉션' 갈라 디너를 열고 미국 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을 비롯한 정재계 인사 250여명을 초청했다. 삼성에서는 이 회장과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가 전원이 참석자들을 맞았다.
이 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전시를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선보일 수 있어 큰 영광이었다“며 ”미국과 한국의 국민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과 이병철 창업회장은 한국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가 있었다”며 사회공헌 철학을 강조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진행 중인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품 해외 순회전의 첫 번째 전시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는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과 국립현대미술관(관장
김성희)이 공동 개최해 2월 1일까지 일반에 공개 중이다. 순회전은 시카고미술관(3월7월), 영국박물관(9월2027년 1월) 순으로 이어진다.
이날 행사에는 러트닉 장관과 로리 차베스-디레머 노동부 장관,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의회에서는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텍사스)과 앤디 킴 민주당 상원의원(뉴저지) 등 양당 유력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재계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웬델 윅스 코닝 회장,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등이 참석했다.
이 같은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회동한 다음날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구축 협업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GPU 5만개 이상을 공급받고, 최신 HBM3E와 HBM4를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는 수차례 미팅을 통해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참여를 논의했다. 지난해 10월 공급의향서를 체결하며 삼성전자는 D램 웨이퍼 기준 월 90만장 규모 HBM을 오픈AI에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SDS는 경북 포항에 오픈AI 전용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는 2023년 삼성전자 북미 반도체 연구소에서 만나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7월 최신 자율주행 반도체 AI6를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한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65억달러에 달한다.
앞서 2021년 방한한 찰스 에르겐 디시네트워크 회장이 등산 애호가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북한산 등산을 제안해 5시간 동안 산행했다. 2022년 5월 삼성전자는 디시네트워크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은 “삼성 일가의 공헌은 삼성과 한국을 훨씬 뛰어넘어 뻗어있다“며 ”이번 전시는 삼성 일가의 창조를 향한 열정을 구현하고 있으며, 이 열정은 대를 이어 전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미국 정관계 네트워크를 강화한 것은 관세협상, 반도체 지원책 등 불확실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