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성능 그래픽카드(GPU) 칩이나 주문형 반도체를 통해 효율 높게 비트코인을 채굴해내던 채굴 전문 기업들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인공지능(AI)향 서비스 전환에 속속 돌입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 비트코인 채굴 기업 비트디어(Bitdeer) 그룹이 AI 연산용 서버를 본격 가동한다. 비트디어는 올해 1월부터 자회사 비트디어AI를 통해 엔비디아 블랙웰 아키텍처 기반인 슈퍼컴퓨터 'GB200 NVL72' 시스템을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에 도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2023년 확보한 엔비디아 공식 클라우드 파트너(NCP) 지위를 활용해 공급난 속에서도 최신 칩셋을 발빠르게 확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환은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됐다. 2024년 비트코인 반감기 이슈로 채굴 수익은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AI 서버용 수요 폭증으로 인한 메모리(HBM/GDDR) 쇼티지는 채굴기(ASIC) 제조 비용을 천정부지로 높였다. 수익성이 악화된 채굴 대신, 메모리 수급난으로 인해 부르는 게 값이 된 'AI 연산력'을 공급하는 것이 기업 가치 제고에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력 확보 측면에서도 채굴 전문기업들은 유리하다. 신규 데이터센터 구축 시 전력망 연결에만 2~3년이 걸리지만, 이미 수백 메가와트(MW)급 전력 허가를 받은 채굴기업은 채굴 시설을 전환(Retrofit)하기만 하면 훨씬 빠르게 AI 서버를 가동할 수 있다.
비트디어는 그룹 차원에서 전 세계 약 3기가와트(GW) 전력 인프라와 충분한 토지 자원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워싱턴과 테네시 시설은 이미 GPU에 최적화된 AI 데이터 센터로 완전히 전환되고 있으며, 향후 워싱턴주에 13메가와트(MW), 테네시주에 37MW, 미국 클래링턴에 570MW, 노르웨이 티달에 175MW 규모의 가속 컴퓨팅 데이터 센터를 추가로 건설 중이다.

비트디어의 설립자 우지한 회장은 과거 비트메인을 통해 채굴 시장을 장악했던 인물이다. 그는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AI 등장으로 전력이 부족해지고 시간적 여유가 중요해졌으며, 장기 계약이 다시 주목받게 됐다”며 “컴퓨팅 파워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므로 막대한 초기 자본투자가 정당화되며, 이는 발전·송전망 개선 및 전력망 확장을 가속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채굴전문 기업 코어 사이언티픽은 이미 2024년부터 GPU 서버 중심의 인프라 운영사로 사업을 전환하며 업계의 AI 전환 신호탄을 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데이터센터 기업 코어위브와 200MW 규모 대규모 인프라 호스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친환경 에너지 채굴기업 테라울프 역시 구글과 협력을 강화하며 2026년 상반기부터 뉴욕 레이크 마리너 소재 40MW 부하 용량 시설을 가동할 계획이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