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과 화학 접착제 필요없는 '고기능성 심전도 패치' 개발

정훈의 UNIST 교수팀
액체금속과 미세 돌기 구조 접목
신호 정확도·접착력·내구성 모두 높아

정훈의 교수팀이 개발한 심전도 패치 구조
정훈의 교수팀이 개발한 심전도 패치 구조

심전도 검사 때 패치를 붙이면 차가운 느낌이 훅 들어온다. 신호를 또렷하게 잡기 위해 바르는 젤 때문이다. 패치 가장자리의 화학 접착제는 피부 발진이나 자국을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젤과 접착제 없이도 피부에 잘 붙고 성능도 뛰어난 심전도 패치가 나왔다.

정훈의 UN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액체금속과 고무 실리콘의 미세 구조를 활용해 젤과 접착제가 필요 없는 고성능 심전도 패치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 패치는 2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폭의 미세 액체금속 관이 달팽이 집처럼 돌돌 말려 있는 구조다. 피부에 직접 닿는 관 아래 부분이 뚫려 있어 심장 박동 신호가 액체금속 전극에 바로 전달된다. 덕분에 젤 없이도 심박 신호를 잘 포착한다.

피부에 닿는 면이 뚫려 있으면 압력을 받을 때 액체금속이 밑으로 새어 나올 수 있는데, 관 하단에 안쪽으로 말려 들어간 수평 돌기 구조를 만들어 이를 해결했다. 관이 워낙 얇아 금속이라도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접착제 역할은 패치 전체에 있는 지름 28㎛, 높이 20㎛ 크기의 미세 돌기가 담당한다. 미세 돌기의 끝 부분을 넓게 설계해 피부에 빈틈없이 부착되고 접촉 면적이 늘어나 접착력도 더 강하다.

이 패치의 전극 저항은 기존 상용 패치보다 5배 이상 낮아 작은 신호도 잡아내고, 격하게 움직여도 정확하게 심박 신호를 검출해냈다. 100g 중량을 매달아도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접착력을 지녔고, 걷거나 뛰는 격렬한 활동 중에도 상용 패치보다 약 2배 높은 신호 정확도를 유지했다. 젤이 마르면 버리는 일회용 패치와 달리 500회 이상 재사용할 수 있다.

정훈의 교수는 “액체 금속의 누설과 피부 접착 문제를 정교한 구조 설계만으로 동시에 해결했다. 피부가 민감한 환자의 장기 건강 모니터링, 고정밀 인간-기계 상호작용 인터페이스 등 차세대 웨어러블 시스템의 원천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팀은 이 기술을 앤빅스랩에 이전해 상용화를 추진한다. 앤빅스랩은 독보적 패치 기술에 온칩 AI(On-chip AI)를 결합한 솔루션으로 차세대 웨어러블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1월 5일자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