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 속도에 답답함을 토로했던 이재명 대통령이 결국 국회 설득에 직접 나선다. 여야의 대화가 실종된 채 정국이 크게 경색된 데다 여당 지도부의 입법 전략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민생·경제 입법에 속도를 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12일 청와대에서 여야 양당 대표를 초청해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갖는다. 이는 지난해 9월 8일 양당 대표와 만난 지 약 5개월 만이다.
이번 회동은 민생 입법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마련했다. 의제에도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이를 통해 야당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동시에 각종 민생 입법 처리에 대한 국민의힘의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이 직접 여야 대표와 만나게 된 것은 경색된 여야 정국 탓에 국회의 민생 입법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자 이를 직접 해결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회는 여당인 민주당의 입법 전략 부재 속에 야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의사 진행 방해)로 맞불을 놓으면서 각종 법안 처리가 지연됐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새해 들어 직·간접적으로 국회의 입법 속도가 느리다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정은 입법을 통해 제도를 만들고 그 속에서 집행하는 행정을 하게 되는데 입법·행정·집행 과정에서 속도를 조금 더 확보해 달라. 너무 속도가 늦어서 답답하기 그지없다”며 민생·경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회가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 10일에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이 대통령은 “현재와 같은 입법 속도로는 국제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매우 어렵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아울러 지난 8일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는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부와 청와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준비해도 법적 토대 위에 마련되지 않으면 실행에 옮길 수 없다. 입법 속도가 곧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를 좌우하는 만큼 주요 민생 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입법 속도를 높여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조차 여야 합의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문턱을 넘은 법안도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경색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행동에 나선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처음 열린 여야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악수 여부로 반목하던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게 한 적이 있다. 당시 정 대표는 비상계엄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악수를 거부해온 상황이었다.
강 비서실장은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만들기 위해 여당과 제1야당의 책임 있는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일 여야 대표의 입장을 듣고 새로운 협치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