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광주 스마트그리드본부] 이종필 전력변환시스템연구센터장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구축 우리 손으로”

이종필 한국전기연구원 스마트그리드본부 전력변환시스템연구센터장.
이종필 한국전기연구원 스마트그리드본부 전력변환시스템연구센터장.

“전압형 초고압 직류송전(VSC-HVDC)은 단순 송전 기술이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고속도로의 성능과 안전성, 유연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반 기술입니다.”

이종필 한국전기연구원(KERI) 스마트그리드본부 전력변환시스템연구센터장은 에너지 고속도로에서 VSC-HVDC가 필요한 이유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연계 △장거리 지중·해저 케이블 적용 △계통 안정도 확보 △운영 유연성 향상 네 가지를 꼽았다.

KERI가 참여하는 'GW급 대용량 VSC-HVDC 바이폴 변환용 변압기 국산화 개발 과제'는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위한 첫걸음이다. 에너지 고속도로의 기본 단위 송전 용량은 1~2GW에서 최대 3GW 수준이다. 이를 안정적으로 변환하고 송전하기 위해서는 GW급 용량을 감당할 수 있는 변압기가 필수적이다.

GW급 VSC-HVDC 변압기 국산화는 단순히 외산 제품 대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운영주권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지난해 발생한 스페인 대정전의 경우 아직도 명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계통의 관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적절한 관리와 함께 장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데 이는 설계, 시험, 제어기술이 온전히 우리 손에 있어야 가능하다.

이 센터장은 “KERI는 이번 과제에서 한전과 함께 전력계통 해석을 통한 기술 요건 수립과 초고압 절연, 고전류·고주파 스트레스 등 실규모 시험평가 기반 기술을 개발한다”라면서 “제품을 만드는 4개 참여 기업과도 엔지니어링 협의체를 구성해 긴밀히 소통하며 설계와 제작공정을 정립하는 중인데 기관 내 유관 부서 연구원과 한전 엔지니어와도 긴밀한 관계를 요구하는 종합적이고 큰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직류(DC)는 송전뿐 아니라 전력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전 방식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미래 전력망을 떠받칠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특고압직류배전(MVDC)'이 대표적이다. MVDC는 교류(AC) 방식에 비해 전력 손실이 적고 같은 선로에서 더 많은 전원과 부하를 수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KERI는 MVDC 개념을 실제 공용 배전 계통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차세대 AC-DC 하이브리드 배전 네트워크 기술개발 사업'에 선도적으로 참여해 주요 핵심 요소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는 차세대 AC-DC 하이브리드 배전망 테스트베드 과제에 착수해 개발한 기술을 실제 배전 계통 환경과 통합해 검증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우리 몸과 비교하면 HVDC가 대동맥이고 MVDC는 모세혈관인 셈인데 수백 가구 규모의 20㎿급 실증단지 시도는 세계 최초”라며 “HVDC와 MVDC 모두 에너지 고속도로와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 구축이라는 국가 전략 사업인 만큼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종필 한국전기연구원 스마트그리드본부 전력변환시스템연구센터장이 연구원과 함께 시험 결과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종필 한국전기연구원 스마트그리드본부 전력변환시스템연구센터장이 연구원과 함께 시험 결과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KERI 스마트그리드본부는 DC 전력망 운영 기술뿐 아니라 향후 전력 계통 진단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데이터 수집을 위한 통합관제시스템(TOC) 구축도 고려하고 있다. 전력 계통 제어가 날로 디지털화됨에 따라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협업 대상과 범위도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서남권 지자체가 'AI 기반 에너지 허브'로서 탄소중립 및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려면 인프라 투자 등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센터장은 “광주광역시 협조를 받아 MVDC 실증 단지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데 지역 산업 클러스터 단지 연계까지도 고려한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정부는 시험평가 인프라 확대, 인력 양성과 국제표준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지자체는 DC 인프라 실증 적용 및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같이 노력한다면 대한민국이 글로벌 DC 전력망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MVDC와 HVDC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고도화를 위한 국가 핵심 전략 기술인 만큼 KERI는 한국전력, 국내 중전기기 업체와 함께 기술 개발을 넘어 실증, 표준, 인증, 산업화까지 전주기를 책임지는 등 국가 에너지 안보 및 기술 주권 확보의 중심 역할을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광주=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