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 성관계 금지에도 “짧은 만남 원해”…보수 왕국 사우디 '데이팅앱' 열풍

그동안 엄격한 성별 분리 관행과 보수적인 사회 규범으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교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동안 엄격한 성별 분리 관행과 보수적인 사회 규범으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교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동안 엄격한 성별 분리 관행과 보수적인 사회 규범으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교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한 국가 개혁 구상 '비전 2030' 이후 사우디 전반에 걸쳐 사회 구조의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2017년 왕세자에 오른 뒤 무함마드 빈 살만은 종교경찰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여성의 운전을 허용했으며 식당·카페 등에서 유지되던 남녀 분리 규정을 없앴다. 영화관 재개장과 콘서트 개최 등 문화·오락 산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해왔다.

이 같은 분위기 변화는 연애 문화에도 파급되고 있다. 종교적 이유로 금기시되던 밸런타인데이에 연인들이 꽃과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이 나타났고, 수도 리야드를 비롯한 대도시 카페에서는 젊은 남녀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도 이전보다 자연스러워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데이팅 앱 이용 증가세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틴더 사용이 크게 확대됐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우디에서 틴더 등 주요 만남 앱 다운로드 건수는 약 350만 건으로, 전체 인구(약 3500만명)의 10% 수준에 달했다. 또한 주요 매칭 앱의 순 인앱 매출은 약 1600만달러(231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엄격한 성별 분리 관행과 보수적인 사회 규범으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교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그동안 엄격한 성별 분리 관행과 보수적인 사회 규범으로 알려졌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교제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앱에는 “가벼운 만남을 원하면 왼쪽으로 스와이프 하세요”라는 식의 문구가 등장하고 갈고리 모양 이모지를 활용해 일회성 관계를 암시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얼굴 사진과 이름, 학력 등 개인 정보를 비교적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상대를 찾고 있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태도 역시 공존한다. 상당수는 얼굴을 노출하지 않거나 신상 정보를 최소한으로만 공유하고 있으며 실제 만남도 주변의 시선을 고려해 비교적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사회 변화에 비해 제도 정비는 더디다고 지적한다. 사우디의 법체계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근간으로 하며, 혼외 성관계와 동성 간 관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당사자 간 합의가 있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권단체들은 단속 강도가 완화된 듯 보일 수는 있으나 관련 법 조항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상황에 따라 태형이나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