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과학인재에서 온다]단순 재정 지원 넘어 연구자 열정 존중…초기 연구자 안정성 보장

카트야 페텔쇼스 독일연구재단(DFG) 경력개발 부그룹장
카트야 페텔쇼스 독일연구재단(DFG) 경력개발 부그룹장

“과학기술 발전과 인재 양성은 예산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연구자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열정을 느끼고,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자유와 안정성을 가질 때 두 요소 모두 동시에 발현됩니다.”

독일연구재단(DFG)에서 대학원 및 커리어 지원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카트야 페텔쇼스(Katja Fettelschoß) 부그룹장은 과학기술 인재 정책 핵심을 이 같이 정의했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연구자의 자율성과 책임, 예측 가능한 경력 경로를 보장하는 구조가 토대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DFG가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있어 가장 지향하는 축은 '호기심 기반 연구(Curiosity-driven research)'다. 전략적 산업 목표에 맞춘 하향식 과제가 아닌, 연구자가 스스로 제안하는 상향식 구조가 기본이다.

카트야 페텔쇼스 부그룹장은 “DFG는 기초연구를 중심에 두고 특정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구보다, 연구자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과정을 존중한다”라며 “프라운호퍼 등 응용·전략 중심 연구기관과 달리 학문적 자율성에 집중하는 독자적 영역을 담당함으로써 역할 분화를 통한 전체 연구 생태계를 균형 있게 유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순수 과학 인재 양성 영역을 담당하는 DFG는 인재 지원 정책의 핵심을 경력 단계별이 아닌 '전환 지점'에 겨냥하고 있다.

그는 “유럽 연구자 경력 체계(R1~R4)에서 DFG는 특히 전환 구간을 겨냥하고 있다”라며 “에미 뇌터(Emmy Noether, 박사후(R2)에서 독립연구자(R3)로의 도약), 하이젠베르크(Heisenberg, 독립연구자(R3)에서 교수직(R4) 진입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최상위 초기 연구자를 선발하고, 독립 연구그룹을 이끌도록 지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1~2024년 신규 에미 뇌터 독립 주니어 연구그룹 규모(위) 및 학문 분야별 신규 하이젠베르크 수혜자 규모. (DFG 제공)
2021~2024년 신규 에미 뇌터 독립 주니어 연구그룹 규모(위) 및 학문 분야별 신규 하이젠베르크 수혜자 규모. (DFG 제공)

DFG의 또 다른 핵심 역할은 선발된 초기 연구자들이 과학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페텔쇼스 부그룹장은 “초기 연구자 지원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안정성'과 '프로젝트 유연성'의 균형”이라며 “연구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고용을 원하는 반면, 대학과 R&D 프로젝트 구조는 일정 기간 후 해체·재구성이 필요한 상반된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DFG는 초기 연구자에게 최소 계약기간 보장과 동시에 다음 단계 진입 조건과 성공 가능성을 명확히 안내하는 두 가지 원칙을 정책에 반드시 포함하고 있다.

페텔쇼스 부그룹장은 위험이 큰 도전적 연구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보장하는 DFG의 분위기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은 결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게임”이라며 “자율성과 책임, 명확한 평가 기준을 연구자에게 보장함으로써 안심하고 연구에 도전할 수 있는 울타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연구 속도나 양적 지표보다 학문적 우수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라며 “논문 수를 세는 방식이 아니라, 연구 내용의 질과 잠재력을 우선으로 한다”라고 덧붙였다.

페텔쇼스 부그룹장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과학기술 인재에 구조적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초기 연구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자유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구조, 예측 가능한 경력 경로를 보장받음으로써 과학 경력을 매력적으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재 양성에 있어 재정은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라며 “과학기술 인재의 열정이 머물 수 있는 시스템, 그것이 혁신의 진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본=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