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원·기자·창업가·대기업 임원과 대표·공무원까지, 직장을 열 번 넘게 옮긴 한 사람이 자신의 지난 시간을 한 권의 산문집으로 묶었다. 미래의창이 펴낸 '제법 쓸 만한 후회'(김영태 지음)는 “성공은 이력서 몇 줄로 남지만, 실패는 사람 안에 오래 머문다”는 자전적 고백 위에 서 있는 기록이다. 저자는 자신의 30년을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시간'으로 규정하며 그 선택과 후회의 궤적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책은 누군가를 훈계하거나 정답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30년 전, 아직 세상을 잘 몰랐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당시의 판단과 망설임, 돌아보게 되는 후회를 차분히 되짚는다. 선택은 늘 선명하지 않았고, 판단은 종종 늦게 도착했다는 고백이 반복되지만, 저자는 자신의 시간을 미화하지 않는다. 후회는 흠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읽히는 문장이라는 인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책은 사회의 문턱 앞에 선 청년 세대와 이미 그 시간을 지나온 부모 세대를 함께 바라본다. 선택을 앞둔 이들에게는 '미래의 풍경'을, 지나온 세대에게는 '되돌아볼 거울'을 건네지만, 어떤 삶이 옳은지에 대한 정답은 끝내 제시하지 않는다. 빠른 결론과 즉각적인 확신이 요구되는 시대에, 저자는 오히려 결론보다 질문을, 확신보다 망설임을 남기는 태도를 택한다. 성공의 숫자 대신 실패를 통과하며 쌓인 사유의 깊이를 기록한 산문집이라는 점에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김영태 지음. 미래의창 펴냄.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