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항생제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의료기관에서 시범 운영해온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ASP) 사업을 내년까지 전체 170개 종합병원으로 확대한다.
질병관리청은 항생제 내성 대응 관련 7개 부처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을 수립해 25일 발표했다. 기존 참여해온 보건복지부, 질병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수산부에 더해 농촌진흥청이 새로 합류했다.

항생제는 내성이 생기면 치료 실패와 사망 증가로 이어져 공중보건을 위협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항생제 내성을 세계 10대 건강 위협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2023년 기준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31.8DID(인구 1000명당 1일 소비량)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9.5DID의 1.6배에 달한다. OECD 32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축산 분야도 상황이 비슷하다. 2024년 기준 닭 대장균의 제3세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 내성률은 한국 17.1%로 미국 3.5%를 크게 웃돈다.
질병청은 국내 항생제 내성 관련 사망자를 2021년 2만2700명으로 추산했다. 2030년에는 3만24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질병청은 내년까지 모든 종합병원으로 ASP를 확대하고 이후 법개정과 본사업 전환을 거쳐 2028년까지 제도를 안착시킬 방침이다.
지역별로 5곳 이상 선도병원을 지정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중소병원 도입을 지원한다. 1차 의료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항생제 사용 지침을 개발해 동네 의원의 적정 처방을 돕는다.
ASP는 감염 전문의와 전담 약사가 항생제 처방을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중재하는 제도다. 선진국에서 내성 관리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농·축·수산 분야에서는 모든 항생제가 수의사와 수산질병관리사 처방 아래 사용되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도축 전 체중 단위로 사용량을 산출하는 신규 지표를 도입해 가축 항생제 판매량을 더욱 정확히 관리한다. 기존 허가 동물용 항생제의 안전성과 유효성도 재평가한다.
질병청은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감염병 자체를 감소시키는 예방 전략도 병행한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지자체 주도 감염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백신 접종을 확대해 항생제 사용 감소를 유도한다.
축산 분야에서는 돼지 유행성 설사병 등에 대한 백신 지침을 제공하고 사육 환경 개선을 병행해 농가의 항생제 의존도를 낮춘다.
사람과 동·식물, 식품 분야에 흩어진 내성 정보를 통합 제공하는 체계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진단기술과 치료제 개발 등 연구개발을 지원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를 고려할 때 내성균 확산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부처 간 협력과 국민 참여를 기반으로 항생제 사용량과 내성률을 단계적으로 감소시켜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